“아내 헬스장에 뺏겨” 뿔난 남편 묘한 시위
플루트를 전공하는 김재은 씨(가명·여·29)는 헬스장 때문에 결혼생활을 끝냈다. 폐활량을 기르기 위해 일주일에 서너 번씩 헬스장을 찾았던 김 씨는 바쁜 스케줄까지 겹쳐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지켜보다 못한 남편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자’며 헬스장에 가지 말 것을 권유했으나 김 씨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부부싸움이 났고 남편으로부터 뺨을 맞은 김 씨는 경찰까지 불렀다.
남편을 범죄자로 만들 수 없었던 김 씨는 가까스로 화해를 했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바탕 소란 후에도 계속해서 헬스장을 다니는 아내에게 화가 난 남편은 빈집에 남자 후배를 데려와 술을 마신 후 함께 속옷 바람으로 잠을 자기까지 했다. 이를 본 김 씨는 “성적 정체성이 의심된다”며 또 다시 싸움을 벌였고 두 사람은 서로 사실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둘 다 잘못이 있다”며 두 사람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아내의 생활패턴을 이해하려는 남편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부모의 말을 거스르지 못하는 ‘마마보이’ 남편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재우 씨(가명·33)는 결혼을 하고도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격 탓에 아내와 자주 부딪쳤다. 심지어 2세 문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째 아들을 낳은 뒤 또다시 쌍둥이를 임신하자 박 씨의 부모는 며느리에게 낙태까지 권유했다. ‘내 아들은 애를 많이 키울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모의 막말에도 대꾸조차 하지 못했던 박 씨는 결국 아내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다.
간혹 타인의 실수로 이혼을 하기도 한다. 이대훈 씨(가명·49)는 구청 직원의 실수로 호적에 오류가 생기는 바람에 부인과 이혼을 하게 됐다. 아내가 큰딸의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호적등본을 떼어 봤는데 거기에 생면부지의 여성과 남자아이의 이름이 버젓이 올라있었던 것. 평소 “아들을 낳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이 씨였기에 아내는 남편이 외도를 했다고 오해했다. 알고 보니 구청 직원이 동명이인으로 착각해 벌어진 일이었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