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확실히 묻어드려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섬뜩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문자는 사후 디지털 정보를 관리하는 미국의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망자가 생전에 가입해 놓은 온라인 교제 사이트를 통해 데이트 신청이 오면 이토록 친절한 안내문자가 발송되도록 설정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사이버 언더테이커(cyber undertaker)’, 일명 ‘디지털 장의사’라고 부른다.
온라인상의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잊혀질 권리 관련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디지털 장례식 대행업체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의 장례 절차는 이렇다. 회원들은 책정된 금액을 지불하고 자신이 사망한 후 인터넷 계정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업체 측에 유언을 남긴다. 이후 업체는 회원의 사망신고가 행정안전망을 통해 접수되면 고인의 친구들에게 마지막 이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아있는 사진과 흔적들을 삭제한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부터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타크루즈는 ‘사후 디지털흔적 관리’ 서비스를 통해 망자의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 주고 있다. ‘내가 죽으면 온라인 속의 나는?’과 같은 우려를 가진 의뢰인이 사후 디지털흔적 관리 서비스 계약을 하면, 의뢰인이 사망한 이후 국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남아있는 망자의 블로그, 미니홈피, 카카오톡부터 악성댓글까지 각종 개인정보 기록이 정리된다.
김호진 산타크루즈 대표는 “일본의 유명한 자살 절벽에는 ‘잠시만요, 당신의 하드디스크는 삭제했나요?’라는 팻말이 있다. 실제로 그 팻말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며 “그 만큼 디지털 흔적은 개인에게 예민한 문제다. 죽은 사람은 잊혀지는 것이 순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망자와 함께 디지털 기록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