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마련? 곳곳에 걸림돌
# 철강 불황인데 인천공장 누가 사나
건설 중인 발전부문도 팔 예정이다. 그런데 역시 제값을 받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동양그룹도 무너지면서 이미 화력발전소가 매물로 내놨는데 쉽게 팔지 못했다”면서 “발전소 짓는 데 드는 비용 8000억 원을 빌린 곳도 동부제철이다. 내달부터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5000억 원은 연장될 듯 보이지만, 나머지 3000억 원은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나마 동부제철 당진항만은 현재 매각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성공하면 3000억 원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이 보유한 타 법인 출자 지분도 처분하면 수백억 원가량의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실적부진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 얼마나?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도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동부하이텍의 시장가치는 약 2800억 원으로, 김준기 회장과 동부건설 등의 지분율은 37.16%다. 올 들어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지만, 당기손익은 계속 적자다. 빚도 9000억 원이나 된다.
동부메탈의 경우 동부하이텍 등 동부 계열사들은 70.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메탈의 순자산은 9월 말 기준 1674억 원, 부채는 5593억 원이다. 지난해 6118억 원 매출에 91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4273억 원 매출에 82억 원의 적자다.
비상장사의 가치는 보통 ‘순자산의 몇 배’로 정해지는데, 높은 값을 고집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2% 남짓이다. 동부메탈의 빚 부담까지 감안하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겠다는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비상장사인 동부특수강도 기업공개(IPO) 후 매각 대상이다. 2012년 매출 3752억 원에 2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순자산은 1281억 원, 부채는 2848억 원이다. 동종 업계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은 순자산가치가 동부특수강의 2배가 넘는 2800억 원에 달하지만, 시장가치는 겨우 2000억 원 남짓이다. 아무리 넉넉히 계산해도 동부특수강 IPO로 500억 원 이상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밖에도 동부팜한농 울산 토지의 장부가는 2746억 원에 달하지만 매각 대상은 ‘유휴부지’, 즉 노는 땅이다. 대규모 현금 마련은 어려워 보인다. 동부CNI 등 다른 계열사들의 자구계획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보유 지분 일부를 팔아 1000억 원가량의 재원을 확보한 뒤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 특수목적법인(SPC) 묘수 될까
동부그룹이 내놓은 자산을 팔기 쉽지 않다는 점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한 신속인수제도를 채택한 데서도 확인된다. 동부가 매각대상 자산을 SPC에 현물로 출자하고, 산업은행 등은 이를 바탕으로 동부에 돈을 빌려 주는 방식이다. 언뜻 묘수처럼 보이지만 표현만 다를 뿐 담보대출이다. SPC로 자산을 넘겼더라도 동부그룹의 빚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이 실제로 팔려야 빚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반증한다. SPC의 규모도 동부그룹이 밝힌 구조조정 목표 3조 원보다 낮은 2조~3조 원으로 논의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 및 부동산 매각 등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변수로 인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면서 “건설 철강 등 주요 계열사의 운전·투자자금 수요와 회사채 만기도래 등에 대응도 필요한 만큼 자구계획의 적시적인 실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