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체포→갱생 20년간 ‘도돌이표’
찰리 신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방황하는 청춘스타였다. 위는 찰리 신의 출세작 <플래툰>.
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방황하는 청춘스타’였다.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영화 현장을 기웃거리며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던 찰리 신의 출세작은 스무 살 때 찍은 <플래툰>(1986)이었다. 이후 초고속 스타덤에 오른 찰리 신은 <월 스트리트>(1987)에서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 중 한 명인 마이클 더글러스와 공연하며 연기력마저 인정받았다. <영 건>(1988) <메이저리그>(1989) <네이비 씰>(1990) <후계자>(1990) 등 그는 거의 하루도 쉬지 못하는 스케줄 속에서 강행군을 했다.
20대 초반 스타의 멘털은 그다지 강하지 못했다. 특히 <월 스트리트>를 촬영하던 기간 그는 붕괴 조짐을 보였다. “우린 뉴욕에서 촬영을 했고, 나는 매일 밤마다 바에 가서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셨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 마신 거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면 코카인을 하고 수면제를 들이부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에겐 ‘이건 중독은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다. 팔뚝에 주사 바늘을 꽂는 마약쟁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90년은 최악의 해였다. 총기 오발 사고로 당시 연인이었던 켈리 프레스턴(현재는 존 트래볼타의 아내)의 팔에 상처를 입히면서 결별을 했고, 일에 지치고 판단력이 흐려졌으며 매일처럼 술에 절어 사는 그를 가족들은 결국 갱생원에 보냈다. 목표는 1년 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었고 찰리 신은 훌륭하게, 그것도 열흘 이상 추가된 366일 동안 지켰다. 하지만 367일이 되던 날 니컬러스 케이지의 집에 놀러 가 진탕 마시고 취하며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찍은 액션 영화 <후계자>.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온 지 한 달 후에 그는 갱생원에 들어갔지만 하루 만에 뛰쳐나왔고, 자동차 안에서 코카인과 알코올에 취한 상태로 경찰에게 발견되어 체포됐다. 그는 다시 갱생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온 후에도 그는 두세 번 정도 죽음에 근접하는 경험을 하곤 했다. 이 와중에서 세 번의 결혼을 했지만 모두 이혼했고, 네 아이를 낳았지만 제대로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세 번째 아내였던 브룩 뮐러에겐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결국 체포돼 30일 동안 갱생원에 갇혀 있었고, 30일 동안 보호 관찰 대상이 되었으며 36시간 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다. 2010년엔 호텔 스위트룸에서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고, 그는 코카인과 알코올을 과용한 후 저지른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다시 갱생원에 들어갔다.
중독으로 인한 사고, 체포 그리고 갱생원 생활과 법적 조치. 20대 초반부터 20년 넘게 반복되어 온 찰리 신의 라이프스타일은 그 어떤 할리우드 스타도 경험하지 못한 생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와중에도 꾸준히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리고 4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그는 그 모든 것을 끊었다.
“나는 매일 두세 병의 보드카를 마셨다. 매일 끝장을 보는 삶이었던 셈이다. 난 하루 종일 취해 있었다. 커다란 잔에 보드카를 가득 담아서 한두 시간 동안 마시다 보면, 술 힘으로 또 한두 시간을 버티곤 했다”는 찰리 신. 하지만 그의 변신은 “과거를 청산하고 새 사람이 됐어요!” 식의 간증이라기보다는 작은 깨달음이다. “나는 단지 지쳤을 뿐이다. 나는 뱀파이어 같은 삶을 사는 데 지쳤다.” 이젠 다시 타블로이드 1면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없는 걸까. 일면 섭섭하면서도 진정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