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동북아 정세의 격변 속에 한국 경제가 미국 일본 중국의 틈새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자칫하면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희생을 당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일본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엔화를 무제한 방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주요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며 달러화를 대량 풀었다. 자국의 위기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손쉬운 방법이다. 최근 미국은 증권시장이 거품에 들뜨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다시 위기에 휘말리는 불안감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본은 수출시장을, 그리고 미국은 금융시장을 침체의 수렁에 빠뜨리는 협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중국 리커창 총리의 경제 정책을 뜻하는 ‘리커노믹스’가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리커노믹스는 경기부양을 하지 않고 구조개혁을 실시하여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장률의 하락이 기정사실화하자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이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일·중의 양보 없는 대결로 동북아 정세가 악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난처한 입장이 된다. 어느 나라 편을 들 수도 없다. 미·일·중이 모두 배타적으로 나올 경우 우리 경제는 설 땅을 잃는다. 우리 경제는 자생 기반이 취약하여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실로 큰 우려는 중국 경제의 변신이다. 질적인 성장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특히 1부부 2자녀 허용으로 인구가 대규모로 증가할 경우 중국 경제의 인해전술로 숨이 막힐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이 합류한 상태에서 더 이상 불이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등지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발전이 어렵다. 우리 경제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첨단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신 성장동력을 창출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침체에 빠진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나라 위상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안보와 경제외교를 펴나가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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