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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원정출산은 이제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엔 중산층을 겨냥한 알뜰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여행사 등 전문업체만 해도 10여 개가 성업중일 정도다. 최근 시중엔 중산층을 겨냥해 2천만~3천만원대의 ‘일반형’에서 1천만원대의 ‘알뜰형’ 원정출산 상품까지 나온 상태. 하지만 중산층이 원정출산 대열에 대거 합류하면서 거꾸로 차별화를 원하는 상류층을 겨냥한 초고가의 ‘귀족형’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원정출산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오르내린 것은 지난 1997년 IMF시절 이후부터. 환란을 겪으면서 일부 상류층이 미국시민권을 얻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출산의 길을 도모했던 것. 의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0년에 들어서면서 서울 강남 일부 산부인과를 매개로 상류층의 해외원정 출산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원정출산의 대중화’. 결과적으로 정치권의 폭로 공방전이 이같은 현상을 촉발시킨 셈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3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며느리의 하와이 출산 사실이 민주당을 통해 공개되면서부터 원정출산이 뭇 사람들의 관심사로 등장하게 됐다는 것.
실제로 원정출산을 원하는 사람들도 상류층 일변도에서 중산층으로 한층 더 보편화되고 있다고 한다. P여행사 관계자는 “1천만원대로 원정출산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인터넷 정보 등에 의해 확산되면서 중산층 임산부들의 문의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처럼 해외 출산 희망자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원정출산상품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중산층용 상품의 가격은 더 낮아지고 귀족용 상품의 가격은 더 치솟고 있는 것. 특히 뭔가 특별한 대우를 원하는 상류층의 ‘노블리스 정서’를 겨냥한 ‘고급 패키지형’ 상품의 등장은 원정출산의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귀족’ 상품의 경우 원정출산비가 무려 8천만원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정출산 전문업체인 A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원정출산 비용은 2천만원에서 2천5백만원 정도라고 한다. 원정출산 비용은 크게 출산 전 비용과 출산 비용, 그리고 출산 후 비용 이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출산일을 전후해 2개월 정도 해외에서 체류하는 비용도 여기에 포함된다.
보통의 경우 원정에 나선 산모들의 출산 전 거주지는 여행사 등에서 마련한 현지의 아파트나 일반주택이다. 대개 한 집에 2~3명의 산모가 공동거주하게 마련. 한국인 여성이 식사 및 빨래 등 가정부 일을 대신한다. 통증이 오고 출산이 임박하면 미리 연계되어 있는 인근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에 따라서 입원 기간과 가격이 꽤 차이가 난다고 한다.
출산 후에는 역시 알선업체와 연계된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서 약 3~4주간 머물게 된다. 이 기간에 신생아의 여권 등 미국 국적 취득을 위한 모든 서류 업무는 알선업체에서 대행해 준다. 즉 산모는 3~4주간의 산후 조리 후 업체에서 만들어준 신생아의 미국 여권 등을 쥐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일부 상류층 주부의 경우 해외 출산과 미국 여권의 대가로 서민 아파트 반채 값을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원정출산 대열에 합류한 중산층 주부들은 이에 비하면 그나마 실속형에 속한다. 어떻게든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이들 주부들의 심리를 겨냥해 요즘엔 저가의 원정출산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1천만원대의 초절약형 패키지 상품이 그것. 이 상품엔 아파트나 일반 주택 대신 현지 하숙집에서 거주하고, 산모 도우미를 별도로 채용하지 않고 미국 현지 친척의 도움을 받는다는 옵션 등이 걸려 있다고 한다.
비자 발급이 필요없고 거리도 가까운 관광지인 괌에서 출산할 경우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 중산층 임산부들이 원정출산지로 괌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이와는 정반대인 이른바 ‘귀족형 패키지’ 해외출산 상품에선 일부 상류층의 특권의식이 담겨 있는 또 다른 세태의 단면이 드러난다. 이들 상류층 임산부들은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얼마나 특별하게 아이를 낳는가에 관심을 쏟는다. 8천만원대에 이르는 원정출산비용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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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실제로 알선업체인 A사측은 “샌프란시스코는 미국내에서도 고급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의료시스템도 최고급인 도시”라며 “아름다운 환경을 느끼며 휴양하는 듯한 쾌적한 분위기에서 최상의 출산을 할 수 있다”고 상류층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상류층을 위한 고급형 원정출산 패키지 상품은 우선 숙소부터가 일반형상품과 다르다. 2~3인의 산모가 공동으로 한 아파트를 쓰는 일반형과 달리 고급형을 택한 임산부들은 전원주택이나 아파트 독채를 혼자 쓰거나 특급 호텔에서 묵는다. 산모를 돌보는 전담 도우미와 매니저가 1명씩 고정 배치됨은 물론.
고급 손님인 이들 임산부들에게는 출산 전 태교를 위한 온갖 교육 시스템이 제공되고 미국인 현지 교사가 직접 방문해 산모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원정출산에 해외어학연수까지 겸하는 셈이다.
병원 역시 이들에게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제공하는데, A사의 경우 한국인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1백1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샌프란시스코의 O병원을 주 ‘거래처’로 내세우고 있다. 상류층 임산부들에게는 화장실과 욕실 등이 갖춰진 고급 1인실이 제공된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한국의 부유층 임산부들이 찾아왔기 때문일까. 이 병원에는 여러 명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해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고 출산 후에는 한국식 산후음식인 미역국까지 끓여준다고 한다.
한 해외원정출산 알선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형과 고급형 상품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다름 아닌 출산 후 산후조리 비용이라고 한다. 고급형의 경우엔 모든 신생아 용품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 산모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신생아의 건강은 전문 산후조리사가 책임지고 시민권 획득과 관련된 모든 서류업무는 담당 매니저가 대행하게 된다. 산모는 출산 후 몸매 관리를 하면서 현지 관광과 쇼핑 등을 즐기면 된다는 것.
고급형 원정출산 상품의 고객들 가운데엔 대기업 임원이나, 정치인 집안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특히 의사 집안의 며느리나 아내 중 상당수는 원정출산을 선호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일부 재미유학파 교수나 변호사 집안 여인들도 해외원정출산 상품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태어나면서부터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국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달콤한 유혹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원정출산이란 단어 자체가 해외로 ‘원정’을 보내야 할 대상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출산을 국적 취득의 도구 정도로 전락시킨다면 그렇게 태어난 새 생명 또한 초라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명국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