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툰 흔적도 침입한 흔적도 없어
발견 당시 전 아무개 씨(28)와 조 아무개 씨(여·26)는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있는 상태였다. 나체 상태인 두 사람은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향한 채 똑같이 엎드려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옷은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있고 테이블 주변에는 먹다 남은 과자와 맥주 캔이 놓아져 있었다. 다툰 흔적도 누군가가 침입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한 흔적도 없었다. 모텔 종업원은 “(자살 흔적이) 없었다. 몸도 따뜻했다”라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자살이나 타살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살로 볼 만한 약물이나 유서는 물론이고 타살로 볼 만한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다 할 외상도 없고 현장에 사망 원인으로 볼 만한 게 거의 없었다”며 “우리도 참 희한한 일”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사람의 관계 역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이긴 했지만 휴대폰 통화 내역이나 여러 정황을 따져봤을 때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유족 역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1년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 것 같다.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도 잘 모르겠다. 자세한 것은 수사 중이기에 아직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건의 미스터리가 가득한 탓에 두 사람의 사망 원인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자살사이트’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전 씨가 그동안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직업 등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결국 자살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항간의 추측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의혹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다. 일부에서는 모텔에 위치한 가스보일러가 유출되어 벽에 균열된 틈새로 들어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 가스보일러가 모텔 객실 1층과 가까운 지하 1층에 설치되어 있고 모텔 방이 환기가 잘 안 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경기도 수원의 한 모텔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투숙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경로는 지하 보일러실 수리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의 경우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증상이 나타나기에 아무 외상이 없는 전 씨와 조 씨가 숨진 원인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 미스터리가 가득한 이번 사건의 자세한 사망 원인은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황이다. 한 달 정도 후에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