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전 대변인 사퇴 속사정

입지 바닥…물러난 듯 밀려나

[일요신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2013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전격 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 잔혹사’가 또 한 번 되풀이됐다. 박 대통령의 ‘인사 1호’였던 윤창중 전 대변인이 대통령 해외순방 수행 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경질된 데 이어 같이 임명됐던 김 전 대변인도 좋지 않은 모양새로 그만두게 된 것이다.

김 전 대변인의 사퇴는 자진 사퇴의 형식을 띠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질성이라는 데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우선 김 전 대변인이 최근까지도 주변에 사퇴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 대변인직을 마치고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지만, 최근까지도 기자들을 두루 접촉하면서 새해 업무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시에도 아무런 이상 기류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기자들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김 전 대변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부르기 뭣할 정도로 역할이 축소돼 있었다”며 “사퇴는 시간문제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사퇴가 예상됐던 일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윤 전 대변인 경질 이후 김 전 대변인은 표면적으로는 단독 대변인의 지위에 올랐지만 역할은 더 쪼그라들었다.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정현 수석이 대변인 역할까지 다 도맡은 것이다. 비공개 백그라운드브리핑뿐 아니라 공개 브리핑에까지 모두 이 수석이 나섰다. 최근 수개월 동안 김 전 대변인의 활동은 박 대통령 일정의 비공개 부분에 대한 서면 브리핑을 내는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김 전 대변인이 미덥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청와대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고 한다. 한 번 일을 맡겼으면 권한과 책임을 주고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김 전 대변인은 시작 때부터 권한도 책임도 없었다는 얘기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