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 연습 좀 하시죠~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 직후 춘추관 기자실을 방문한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기자회견 와중에도 기자들의 질문은 너무 평이해 보였고, 답변을 하는 박 대통령은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 박 대통령은 예의 ‘수첩 공주’라는 별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준비해 온 뭔가를 들여다보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12명의 질문자 중 소위 진보 매체 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점은 음모론을 낳기에 충분했다.
특히 기자회견 직후 박 대통령이 기자실을 둘러볼 때 한 여기자와 포옹한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출입기자들에 대한 질타가 절정을 이뤘다. 이 여기자가 먼저 포옹을 요청했고, 포옹 뒤에 박 대통령에게 “너무 안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게 결정타가 된 것이다. 더욱이 기자회견 당일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한 일본 언론 기자가 ‘무례’라는 비난을 사면서까지 박 대통령에게 즉석에서 항의의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청와대에는 제대로 된 기자는 없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외부의 시선에 대해 청와대 기자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한 기자는 “회사에서조차 ‘너희들 기자 맞느냐’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변명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 소리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비판 중 상당 부분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반한 것”이라며 “지금의 청와대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형식면에서 이번 기자회견이 전임 대통령들의 회견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질문자와 질문 내용은 사전에 정했고 전임 대통령들 역시 질문에 맞춰 답변을 준비해 회견에 임했는데, 다만 다양한 ‘애드리브’를 구사했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박 대통령이 지나치게 원고를 읽듯이 답변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또 청와대가 질문자와 질문 내용까지 다 정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은 ‘100% 오해’라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방송 생중계 일정 등을 감안해 총 12명이 질문을 하기로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조율했는데 질문자는 종합일간지·지역지·지상파 방송·외신 각 2명씩, 경제지·인터넷 매체·종합편성채널 각 1명씩으로 하고, 여기에 기자단 간사인 <연합뉴스> 1명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질문자는 기자단 내에서 추첨을 통해 정했다고 한다. 한 기자는 “질문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 조율이 있었을 뿐 질문 내용을 정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한 것은 전혀 없다”며 “왜 미리 질문을 청와대에 알렸느냐는 비판도 일리가 있지만 기습적인 질문에 대통령이 내용도 모르고 대답하다 말실수를 연발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은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전혀 날카롭지 못했다는 지적을 잠재우긴 어렵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보다 자주, 다양한 형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불통 논란도, ‘짜고 친 기자회견’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