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가 없으니 드라마가 답답할 수밖에…”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여당 의원실에선 “청와대에 훌륭한 연출자가 없어 걱정”이란 말이 나왔다. ‘질문지를 미리 받아 모범답안을 만들었다, 준비했음에도 심하게 더듬거렸다’ 등등 이미 나왔던 문제점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불통 논란’이 가장 컸기에 이를 불식시킬 ‘연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의 진단이다.
“기자회견장에 청와대 각 수석과 관계 장관들이 주욱 앉아 있었다. 일문일답을 할 때 답이 막히면 박 대통령이 직접 담당 수석이나 장관에게 진행상황을 묻거나, 답을 대신 시키거나 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 장관님, 이건 어떻게 됐나요?’ 하면서. 대본도 연기자도 있는데 연출자가 하나도 없으니 드라마가 답답할밖에.”
이 관계자는 “만약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수첩에 메모하거나, 메모한 것을 보며 답을 했더라면 ‘나쁜 수첩’ 이미지도 개선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 초선 의원은 개헌 문제를 이야기했다.
“개헌은 블랙홀이어서 안 된다고 말씀하시던데 그러면 안 된다. ‘개헌추진=경제포기’라는 논리를 들었기 때문에 또 공약 후퇴 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재오 의원이 ‘돈 안 드는 공약도 못 지키느냐’고 지적했듯이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은 되레 개헌 문제를 촉발시켰다.”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서도 국민의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민주화에 손 놓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 했었다는 말도 있다. 새누리당 한 인사는 “국민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새로운 정보는 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고 박 대통령을 무척 좋아한다는 한 가지”라고 했다.
개념이 모호해 정책 수립이 어렵다는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적확한 정의를 내렸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새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는 이유가 모두 같았다. 박 대통령이 어떤 현안에 대해 입을 닫고 있을 때였다”며 “그런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스피치였어야 하는데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고 꼬집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