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 드릴게요”…6개월간 십고초려
어찌됐든 ‘안-윤’의 재결합은 단숨에 정계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와 관련, 정치평론가 일부는 “윤여준 전 장관의 영입은 안 의원 측의 지지부진한 신당 창당 과정을 지켜보며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한몫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침몰하던 안 의원을 기사회생하게 한 ‘윤여준 모셔오기 프로젝트’는 과연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이른바 ‘윤 프로젝트’는 약 6개월 전부터 안 의원과 그의 ‘이너서클’에 속한 최측근 2~3명 사이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금태섭 대변인 등 공개적으로 알려진 내부인사는 안 의원의 ‘이너서클’에는 포함돼있지 않다는 것. 그만큼 ‘윤 프로젝트’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공식적인 직위를 가진 주요 인사들도 몰랐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과 원내에서 가장 밀접한 송호창 의원조차 지난해 12월 초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장관의 영입설이 흘러나온 것을 두고 “안 의원과 예전에 가깝게 지내고 편하게 소통하는 분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자꾸 도는 것일 뿐”이라며 ‘윤 프로젝트’에 관련해 잘 파악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안 의원 본인이 직접 은밀히 윤 전 장관을 영입했다는 설명이 된다.
구체적으로는 올 초 한 측근이 안 의원에게 “보수 및 20~30대 청년 지지층을 흡수하려면 윤 전 장관밖에 답이 없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안 의원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핵심 측근들과의 사석에서 “윤 전 장관을 모셔 와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는 지난해 12월 초 안철수 의원의 ‘이너서클’에 소속된 한 측근으로부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철수 의원과 다시 함께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중순 경 안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기자에게 “떠난 사람이 돌아올 것”이라는 예고를 했다가 영입이 확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12월 말에는 “윤여준 전 장관과 교수 한 분이 온다”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최측근은 “안 의원이 윤 전 장관을 다시 모셔오려고 그답지 않게 ‘십고초려’를 했다. 최장집 교수를 모셔왔을 때도 이런 적이 없었다. 그런 끈질긴 모습은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을 그다지 기꺼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윤 전 장관은 서울 노원병 재보궐 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초 기자와의 사석에서 “안 교수는 밑에 사람들이 의논해서 가져온 걸 보고 결정하지,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다.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는 전형적인 ‘CEO’형 인물”이라며 “그런데 정치는 효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안 교수처럼 하면 위험하다. 안 교수는 민주주의 훈련을 더 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었다.
그랬던 윤 전 장관은 지난해 8월에 이르자 다소 누그러진 모습으로 안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하는 등 미세한 태도변화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윤여준 전 장관에 이어 최장집 교수와도 결별한 안 의원을 두고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던 참이었다. 이를 두고 당시 윤 전 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은 이것저것 따져보는 굉장히 신중한 성격을 갖고 있다. 최장집 교수도 만만찮게 신중한 분이다. 두 ‘신중이’가 만났는데 어련히 알아서 잘 얘기했지 않겠는가(웃음). 안 의원이 뭔가 크게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 거다”라며 당시 최장집 교수와 갓 결별한 안 의원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기상 아마도 이 무렵부터 안 의원 측이 윤 전 장관과 오랜만에 조우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안 의원의 ‘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던 지난해 12월 중순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의원 측으로부터 ‘러브콜’이 온다는데, 갈 생각은 없는가”는 기자의 질문에 “‘안철수 현상….’ 개인의 이름에 현상이라는 명칭이 붙는 일은 정치역사에서 굉장히 드문 일이다. 아마 앞으로도 드물 거다. 안 의원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현상, 그 에너지를 갖고 한국정치를 바꾸는 데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지난 대선에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런 에너지는 아무데서나 생기지 않는데 안타깝다. ‘새 정치가 가망이 없다’는 국민적 실망감이 나올까 우려된다”며 어느 정도 안 의원을 돕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드디어 지난 1월 4일 윤여준 전 장관의 영입을 목전에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윤 전 장관은 4일 오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안 의원 쪽에) 확답도 안했는데 기사가 나와서 당혹스럽다. 이따 저녁에 안 의원과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겠다”며 “지난해 8월 안 의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는데 미안하리만큼 거절했던 일이 있다. 그런데 12월 들어서 안 의원이 너무나도 끈질기게 만나자고 해서…. 2년 전 같았으면 한두 번 찾아오고 말았을 사람인데 많이 변했다. 내가 안 간다 해도 거의 열 번 가까이 찾아왔으니”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의 영입이 가시화되던 지난해 말부터 안 의원은 사석에서 “새 정치를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은혜를 갚아야할지 모르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고 한다. 영입과 관련해 윤 전 장관에게 긍정적인 사인을 받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라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윤 전 장관의 전격 영입으로 ‘새정추’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새정추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장관을 영입한다는 보도가 나간 다음 날 진행된 새정추 회의에서 처음으로 관계자들 간의 속 깊은 얘기가 오갔다. 그동안 제도적인 것만 논하던 구성원들이 이제야 ‘새정치’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더라”며 “윤 전 장관의 영입 효과가 벌써부터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새정치가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는 아젠다 설정을 위해 전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정추 내부 관계자 다수는 윤 전 장관의 영입 효과로 △스태프파워 보강 △실질적인 안 의원의 ‘복심’ 등장 △내부 권력구도 개편을 꼽았다. 앞서의 관계자는 “안 의원은 ‘스태프’ 파워가 약하다. 쉽게 말해 의료민영화 등 다양한 이슈를 대처할 수 있는 인재 수가 부족하다”며 “때문에 대표적인 ‘마당발’이기도 한 윤 전 장관의 인맥이 이를 보강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윤 전 장관이 최근 “안 의원이 대통령 될 생각을 버렸다”는 돌발성 발언을 한 것도 ‘슈퍼스타’급 인사들을 영입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안 의원의 이미지 때문에 비슷한 꿈을 꾸는 거물급 정계 인사들이 그간 안 의원과의 ‘도모’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가 줄곧 있어 왔다. 전직 총리급 인사도 최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누굴 보좌하는 역할이 아닌데, 왜 안철수 의원과 함께해야 하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안 의원이 대선의 꿈을 고집하지 않게 된 만큼 ‘슈퍼스타’급 인사들의 영입에도 ‘순풍’이 불 조짐이다. 이는 안 의원의 대권 전략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안 의원의 ‘복심’이 전면 등장한 것도 윤 전 장관의 영입 후 달라진 점이다. 윤 전 장관은 새정추 의장을 맡자마자 ‘대구에서도 시장 후보를 내겠다’, ‘신당 창당이 3월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는 등 솔직한 발언을 이어나가 이목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간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안개 정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안 의원의 약점을 단숨에 해결했다는 평이다. 앞서의 안 의원의 한 최측근은 “이제 윤 전 장관이 안 의원의 실질적인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안 의원이 윤 전 장관에게 ‘전권’을 줬다고 들었다. 그만큼 윤 전 장관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보좌진을 붙여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안 의원이 윤 전 장관에 대해 예우를 다하려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장관의 영입이 안 의원 진영 내부의 세력을 재편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새정추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윤 전 장관이 사실상 조직 내 ‘넘버 2’로 등극한 만큼 장하성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은 앞으로 인재영입보다는 본연의 업무인 정책 메이킹에만 집중하게 될 것 같다. 사실상 권력구도에서 밀린 것”이라면서 “금태섭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금 대변인을 두고 ‘그간 언론 대처를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는 내부 평이 있었는데 이번에 윤 전 장관이 실질적인 ‘대변인’ 격이 돼버리면서 사실상 ‘부대변인’으로 밀렸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윤 전 장관이 안 의원 측 기존의 세력과 충돌할 가능성은 없을까. 익명을 요구한 안 의원의 한 최측근은 “현재 안 의원 측 내부 진영은 직위나 체계가 자리잡혀가는 단계라서 딱히 뺏고 빼앗길만한 꺼리도 없다”며 “몇몇 굵직한 인사 빼고는 윤 전 장관과 비견될 만한 이들이 없다는 것도 호재라면 호재다. 안 의원과 ‘독대’하는 주요 인사가 손에 꼽힐 정도다. 그리고 위원장들 사이에서도 윤 전 장관을 의장으로 대우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작 윤 전 장관은 ‘넘버 2’라는 별칭과는 다르게 한껏 몸을 낮추고 있는 모양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8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다. 차근차근 안 진영 측 사람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있다”라며 “감사하게도 내부에서 내가 과대평가된 것 같다. 몸과 마음을 낮추고 성심껏 돕겠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안철수 다음 타깃은?
‘정운찬 주니어’ 전성인 교수 콕!
거물급 인사와의 ‘재회’로 오랜만에 이목을 끈 안철수 의원이 또 다른 ‘재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과연 누구일까. 안 의원의 최측근 일부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세대 경제학자로 이름을 올리며 학계에서 ‘정운찬 주니어’로 불리기도 했던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 “안철수 의원의 정책 자문 일을 그만두겠다”며 안 의원의 경제민주화 포럼을 홀연히 떠나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정운찬 전 총리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경제학자 중에 전 교수가 최고다. 안 의원이 왜 그런 인물을 놓쳤는지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안 의원의 한 최측근은 “안 의원이 전성인 교수를 반드시 데리고 올 사람으로 보고 있다. 안 의원이 최근에 한 번은 ‘진심을 다하면 다시 돌아오실 줄로 믿는다’는 말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최측근도 “안 의원은 전형적인 부산남자라서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도 ‘저는 전 교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하더라”며 “전 교수가 재영입리스트 영순위에 올라와 있단 말만 들었다. 곧 영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준 전 장관 역시 “전 교수가 다시 와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재영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정운찬 주니어’ 전성인 교수 콕!
이를 두고 안 의원의 한 최측근은 “안 의원이 전성인 교수를 반드시 데리고 올 사람으로 보고 있다. 안 의원이 최근에 한 번은 ‘진심을 다하면 다시 돌아오실 줄로 믿는다’는 말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최측근도 “안 의원은 전형적인 부산남자라서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도 ‘저는 전 교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하더라”며 “전 교수가 재영입리스트 영순위에 올라와 있단 말만 들었다. 곧 영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준 전 장관 역시 “전 교수가 다시 와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재영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