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연장하랴 행사 뛰랴 ‘헉헉’
왼쪽부터 에프엑스 빅토리아, 샘 해밍턴
그에게 이번 설은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다. 다행히 고정으로 출연 중인 MBC ‘진짜 사나이’나 tvN ‘섬마을 쌤’ 등의 촬영이 이번 설 연휴에는 잡히지 않았다. 며칠의 휴가를 얻은 그는 아내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비록 차례는 지내지 않았지만 처가 식구들과 만나 명절 분위기를 즐겼다. 샘 해밍턴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에는 호주에 계시는 부모님이 한국에 오신 덕분에 가족과의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설에 호주에 다녀오는 일정도 빠듯해서 이번엔 부부끼리 조용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샘 해밍턴이 국내에 정착한 건 벌써 12년째다.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교환학생으로 서울 안암동에 처음 자리를 잡은 그는 이후 한국의 매력에 빠져 인생이 뜻밖의 방향으로 풀렸다.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이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한 방송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교환학생으로 처음 서울에 정착했던 당시에는 무려 12년간 살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위에서부터 미스에이 페이, 귀화 한국인 방대한.
요즘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들은 이번 설 명절엔 각자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최근 1년 가까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오다 오랜만에 며칠간의 휴가를 받은 덕분에 일제히 고향인 중국으로 향했다. 더욱이 중국에서도 설은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통하기 때문에 이들은 새해를 가족과 함께 맞았다.
엑소에게 이번 명절이 각별했던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이용해 엑소의 일부 외국인 멤버들은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 행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던 상황이었다. 반면 올해는 가뿐한 마음이었다.
명절을 ‘비자 해결의 적기’로 활용하는 외국인 연예인들은 여럿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민감한 비자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렵지만 이번 설 명절에도 비자 해결을 위해 각자의 고향을 찾은 외국인 스타들이 여러 명”이라며 “평소엔 바쁜 일정을 빼기 어렵지만 명절만큼은 모든 촬영이 쉬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고향에 다녀오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는 아이돌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 루한, 첸(왼쪽부터).
외국인 노동자로 국내에 처음 정착한 그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방송인으로 데뷔했다. 이젠 영화배우로도 친숙하다. 2010년 흥행에 성공한 <방가?방가!>는 물론 <심장이 뛴다> <구국의 강철대오> 등의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방대한의 설은 여느 연예인보다 분주했다. 각종 행사의 섭외 요청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으로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데는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소속사에서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고 하지만 국내 거주에 필요한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려면 그에 맞는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상이한 문화적 풍속도 외국인 연예인들이 뛰어넘어야 할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스타들이 국내 연예계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건 그만큼 국내 시장이 아시아 대중문화를 이끄는 중심 무대라는 공감대가 통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