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쫓는 국제결혼과 비교하지 마시라요”
로맨틱 코믹버스터 영화 <남남북녀>.
안명철 사무총장은 “최근엔 남한 남성과 결혼하는 탈북 여성이 많다”며 “언론에서 탈북 여성을 긍정적으로 다루면서 과거의 간첩, 빨갱이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 인식이 바뀌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중순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남녀 각 2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혼 남성의 68.8%가 탈북 여성과의 결혼에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남남북녀(남성은 남쪽이, 여성은 북쪽이 낫다)’라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엔 남성은 75.6%가 ‘대체로 동의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탈북 여성과, 이들과의 결혼을 원하는 남한 남성만을 대상으로 맞선을 주선하는 결혼중개업도 성업 중이다. 포털에서 ‘남남북녀’라고 치면 관련 결혼정보회사가 여러 곳 뜬다. 이들은 직접 탈북자 공동체를 찾아다니며 홍보를 통해 가입을 유도한다. 탈북자의 지인이 가입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순수하고 남한 사정을 잘 모르다 보니 먼저 가입하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장점을 홍보하고 지인들이 가입을 권하면 쑥스러워하면서도 관심을 보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남성들은 주로 35~55세로 연령대의 폭이 넓은데, 45세 전후가 가장 많다고 한다. 만혼과 재혼이 주류지만, 경제력과 학력을 갖춘 남성 회원도 최근 탈북 여성과의 결혼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 회원은 30대가 가장 많고, 20대와 40대가 그 뒤를 잇는다. 전체 탈북자 2만 6000여 명 중 여성은 1만 6000여 명이다. 이들 중 절반 정도인 8000여 명이 비혼으로 결혼정보회사의 잠재적 타깃이다.
탈북자와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탈북 여성의 강한 생활력, 가정적인 성향, 순수함 등을 남한 남성이 탈북 여성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로 꼽았다. 또 북한의 공동체 가족문화의 영향,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등으로 인해 결혼 후 시부모를 부양하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없다고 한다.
결혼정보업체 ‘원조남남북녀’의 김기수 이사는 지난 3년간 200쌍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김 이사는 첫 마디부터 소위 ‘남남북녀’의 연애와 결혼을 “국제결혼과 비슷한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탈북 여성들이 결혼하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 안정된 생활을 꾸리고 싶기 때문”이라며 “혼인신고를 하면 정착지원금이 끊어지기 때문에 심사숙고 끝에 어렵게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10월 통일비빔밥 만들기 행사에 참석한 남남북녀 커플의 모습. 연합뉴스
특히 중국 국적을 가진 재중동포와의 결혼에 실패하고 탈북 여성을 만나 재혼하는 남성이 부쩍 증가했다. 드문 일이지만, 처음부터 한국 국적을 목적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해 짧은 기간 동안 혼인관계를 유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출해 버리는 일이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기수 이사에 의하면 남성 회원은 외모를, 여성 회원은 경제력을 최우선 조건으로 꼽는다고 한다. 이들의 결혼도 남한의 보통 남녀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이사는 탈북 여성과의 맞선에 대해 “부모님 세대를 떠오르게 하는 우직한 가치관을 가진 여성이 많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사선을 넘어온 사람들이다보니 경계심과 방어본능이 크다”며 “첫 만남부터 북한 이야기 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남성 회원들에게 상대가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라고 주의를 준다”고 전했다.
탈북 여성은 원하는 최우선 조건이 충족되면 나머지 조건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다. 비에나래 손동규 대표는 “탈북 여성은 폐쇄된 사회에서 살다가 생사고비를 드나들며 넘어왔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보상받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다”며 “그래서 사업이나 큰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일단 경제력이 충족되면 그 외의 조건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다. 나이, 자녀 유무, 학력, 외모 등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에 의하면 많은 남성들이 탈북 여성 맞선 제안에 처음엔 깜짝 놀라며 불쾌함을 표시하지만 막상 만나보면 “잘 만난 것 같다”, “고맙다”고 한다고. 비에나래가 제공한 통계에 의하면 맞선 후 교제 의사를 밝히는 비율이 65%(320건 기준) 정도로 남한 일반 남녀(평균 40%대 후반)보다 훨씬 높다.
탈북 여성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식량을 찾아 국경을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자녀와 생이별한 여성도 있다. 결혼 여부와 자녀의 존재를 숨기는 경우는 없을까.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솔직하게 밝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일부 정착지원과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의 북한에서의 경력과 탈북 경위에 대해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넘어오면 국정원에서 수개월에 걸쳐 심층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서의 출생부터 성장과정 학력 경력 등이 모두 드러난다. 북한 국적이라는 것도 증명해야 한다. 본인이 말하는 학력과 이력이 실제와 같은지 검증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신상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