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출신에다 유엔 사무총장 연임 임기를 수행 중인 반 총장이다. 경륜 면에서 그를 능가할 인물을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다. 그는 충북 충주 출신이지만 ‘세계 대통령’인 그에게 국내의 편협한 지역주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또한 하릴없다.
역대 대통령 중 황해도 출신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고 반쪽 대통령에 그친 충청 출신의 윤보선 전 대통령과 강원 출신의 최규하 전 대통령도 있다. 이들 외에 모든 대통령은 자신들이 태어난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그리고 현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 출신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한 호남 출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었음에도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됐고, 18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전략을 따랐다. 부산 출신의 안철수 의원 역시 노 전 대통령과 문 의원의 전략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이렇듯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영남, 호남, 아니면 호남을 업은 부산 출신 대통령만 있다. 이 같은 지역 대결 정치가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80~90%의 지지라는 비민주적 몰표 현상을 만들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초기에는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었는데, 지금의 영·호남 간의 배타적인 정치구도 아래에선 그런 대통령을 결코 뽑을 수 없다.
반 총장의 강점은 현실정치에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다. 여야 모두 그를 후보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무엇보다 큰 강점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쌓은 국제적 감각과 광범한 인맥이 국가 외교상으로, 특히 남북관계에서 크게 유용한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대선의 해에 73세가 되는 그의 나이와 권력의지다. 100세 시대에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나이는 많은 게 아니지만 권력의지는 보다 본질적이다.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는 거듭해서 대통령 입후보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 같은 입장 표명은 일단 유엔 사무총장직 임무 수행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본다. 그를 섣불리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본인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백해무익하다. 따라서 그의 권력의지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을 퇴임하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말의 19대 대선 때까지 1년 사이에 확인하면 된다. 대선후보가 될지조차 미지수이긴 하나 그가 후보군에 있다는 사실에서 나는 고른 지지로 선택된 대통령을 만날 것 같은,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단계 상승할 것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한다.
임종건 한남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