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후계 경쟁 ‘불씨’ 보인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이 GS건설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들어오고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부실화의 책임을 지고 한 발 물러선다.
GS건설은 그룹에서 GS칼텍스 다음으로 큰 회사인데, 허창수 GS그룹 회장 형제들의 개인회사 격이다. 허창수 회장이 11.98%,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4.85%,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6.43%,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3.75%,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사장)가 2.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GS건설에서 멀찌감치 물러서 있었던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이 조만간 주총에서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대신 그동안 GS건설을 사실상 이끌었던 허명수 부회장은 최근 부실화의 책임을 지고 한 발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허명수 부회장이 GS건설을 떠나는 것도, 허태수 사장이 당장 직접 경영을 챙기는 것도 아니다. 당분간 건설부문의 주도권을 놓고 허 회장의 두 동생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배구조 변화가 없더라도 자산이 12조 원이 넘는 GS건설의 키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GS그룹 전체의 영향력 지도도 달라질 수 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GS건설 유상증자는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만한 변수다. 대주주 일가에는 약 1300억 원이 배정될 예정이다. 대주주 일가가 모두 지분율대로 참여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형제간 참여도가 엇갈린다면 지분구조가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주주들에 배정된 주식들 가운데 실권된 주식을 대주주 일가의 누군가가 사들일 가능성이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GS그룹 대주주 일가는 대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번 유상증자 대금도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GS건설이 누구 몫이 되느냐는 지주사 GS의 지배구조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 현재 GS그룹 경영권은 허창수 회장에게 있다. 그런데 허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상무가 대권을 물려받으리라 장담하기는 아직 어렵다. 허창수 회장과 슬하 1남1녀를 합쳐도 GS 지분율은 5.46%에 불과하다. 허창수 회장 동생인 허정수 회장은 GS네오텍 지분 100%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두 아들의 GS 지분이 2%나 된다.
또 허진수 부회장 일가는 2.63%, 허명수 부회장 일가는 2.62%를 가졌다. 이번에 GS건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는 허태수 사장도 본인과 아들의 지분율이 2.19%다. 이들의 지지 없이는 허윤홍 상무의 경영권이 유지될 수 없다.
허창수 회장의 사촌들이 가진 GS 지분도 만만치 않다. 먼저 고 허정구 명예회장 계열인 삼양통상이다. 허남각 회장과 아들 허준홍 GS칼텍스 상무의 삼양통상 지분율은 40%에 육박한다. 경영권을 완전히 틀어쥔 셈이다. 하지만 허남각 회장의 동생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은 번듯한 기업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본인들을 위해서는 아니더라도 자녀들을 위해 야심을 키울 수도 있다.
현재 허남각 회장과 허준홍 상무는 GS 지분도 4.67%를 보유하고 있다. 허동수 회장과 자녀들의 지분도 4.06%다. 허광수 회장 직계도 3.3%를 가졌다. 삼양통상 계열의 허씨 일가가 가진 GS 지분만 9.06%다.
GS리테일을 맡고 있는 허신구 명예회장 집안도 GS 지분 4.92%를 보유 중이다. 이 집안은 코스모화학그룹까지 소유하고 있다. 자금동원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승산그룹의 허완구 회장도 직계를 포함하면 GS 지분율이 5.93%에 달한다.
결국 허창수 회장 형제 지분율이 사촌들의 지분 총합에 못 미친다. 사촌들이 당장 GS그룹 경영권을 탐낼 가능성은 낮지만, 차기 경영권 향배를 결정할 때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역할을 제대로 할 수는 있다.
특히 현재 GS가의 수장들은 허만정 가문의 3대 사촌들이다. 하지만 다음 대(代)로 가면 육촌으로 멀어진다. 그 어느 누구도 절대 지분을 가지지 못한 상황이다. 어떻게 합종연횡을 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형제경영으로 유명했던 두산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모두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이 때문에 최근 GS그룹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GS에너지가 STX에너지를 인수했고, 고배를 마셨지만 웅진케미칼 인수에도 나섰었다. 해외에서도 GS건설이 스페인 수(水)처리 전문 업체를 사들였다. 대가 이어질수록 기업을 물려줘야 할 자손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가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이유는 표면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이지만, 속내는 형제들에게 자기 몫을 챙겨줘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없애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사업 수완이 좋은 구 씨 가문이 지배하는 LG에서 허 씨 일가가 독립한 것도 결국 제 몫 챙기기였다. 지금 ‘수’자 항렬 간 우애가 깊지만 ‘홍’자 항렬에까지 이어지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두산이나 금호 사례를 허 씨 가문이 모를 리 없다”고 전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