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 완납…어려운 줄 몰랐다”
[일요신문] 송파구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은 정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인재’다. 세 모녀는 질병 상태로 수입도 끊겼지만, 국가와 자치단체가 구축한 그 어떤 사회보장체계의 도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세 모녀가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 대상에 들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는 지적이 많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에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복지제도이고, 의료급여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층을 위한 의료보장제도이지만 이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였다. 특히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가 부담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측은 “동주민센터에서 기초수급자 발굴을 하는데 박 씨 모녀가 직접 신청을 하지 않았고 주변에서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한차례도 들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긴급지원 복지제도 역시 박 씨 모녀를 챙기지 못했다. 긴급지원은 연락이 두절된 가족의 소득 등으로 인해 기초수급자 자격에서 벗어나거나 갑작스러운 실직 등으로 생활고에 빠진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복지제도이지만 송파구는 세 모녀의 존재를 몰랐다. 송파구는 가스나 전기요금 체납 내역을 관련 기관으로부터 전달받아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먼저 찾아내 지원에 연계해왔지만 세 모녀가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가스·전기요금을 체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세 모녀는 장애인, 노인, 한 부모 가정 등 전형적인 취약계층으로도 분류되지 않았던 탓에 관련 복지 혜택을 못 받았고 이웃과의 교류도 거의 없어 어려운 사정이 주변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파구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초수급자 신청이나 긴급지원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한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방법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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