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지뢰밭에 서있다. 일본 경제는 엔화의 무제한 방출로 어디로 갈지 모른다. 중국 경제는 고속성장의 후유증으로 주춤하고 있다. 미국은 풀린 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은 외국자본 유출로 금융위기에 휩싸였다.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 운명이 불투명하다.
경제가 안으로 더 위험하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가 각각 1000조 원을 넘었다. 불황이 계속 되면 부실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제가 악화할 경우 정부와 가계가 함께 부도위기에 처해 구제가 극히 어려워진다. 우리 경제가 붕괴를 막고 성장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혁신을 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계획을 정치권이 정쟁의 희생물로 삼아 다시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이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최근 성공을 거둔 독일의 여야 대연정은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통일 이후 깊은 후유증으로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상황이 심각하자 슈뢰더 총리는 ‘아젠다 2010’이라는 개혁정책을 내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꾀했다. ‘아젠다 2010’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복지지출의 축소,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 성장우선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슈뢰더 총리는 사민당 출신의 좌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경제의 도약을 위해 이러한 우파 정책을 내놓고 여야 대연정을 이끈 것이다. 사민당 내부의 반발과 국민들의 인기 하락으로 슈뢰더 총리는 결국 총선에서 패배하고 총리직을 내놔야 했다. 그러나 독일은 ‘아젠다 2010’을 바탕으로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재도약하여 유럽 경제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혁신 계획이 경제부문별로 필요한 단기정책들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했다. 따라서 피상적인 대응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정부는 스스로 개혁을 피하고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모순이 있다.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며 공공기관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경제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정치권의 올바른 역할이 절실하다. 지난해 여야 정치권은 대선불복 논란을 벌이며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을 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 입법기능이 거의 멈췄다. 정치권은 싸움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 대연정’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정파를 초월한 사회적 타협기구를 만들어 경제혁신 계획을 수정 보완하여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과 지도력 발휘가 시급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