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걸러 한집꼴 어제도 오늘도… ‘고요한 밤’
이번 여론조사의 주요 목표는 기혼남녀의 성생활 실태를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 ‘조용한’ 대한민국 가정의 밤 풍경을 살펴봤다. 최근 1개월 동안 배우자와 가진 성관계 횟수를 물었더니 연령과 성별 불문 주 1~2회 성관계를 가진다는 답이 33.4%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주 1~2회라고 응답한 사람만큼이나 섹스리스이거나 이에 가깝게 다가간 사람도 많았다. 주 1~2회 다음으로 높은 답변이 월 2회(21.4%)였으며 최근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거나 월 1회인 사람도 35.1%에 달한 것. 섹스리스란 연구마다 정의가 다르긴 하나 건강한 부부가 월 1회 미만으로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즉 섹스리스거나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56.5%가 섹스리스층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충격적인 수치였다. 이는 거의 매일 성관계를 가지거나 주 3~4회라 답한 사람이 불과 10.1%에 그친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이에 대해 “쇼윈도 부부라고도 불리는 섹스리스 커플은 의외로 많다. 꼭 부부사이가 나빠서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금실이 좋아도 출산 뒤 육아문제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통계보다 실제로 섹스를 하지 않는 부부가 더 많을 수 있다. 섹스리스 문제는 성매매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사회악을 양산하는 심각한 병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섹스리스는 나이가 들수록 그 경향이 더 심했다. 주 1~2회를 기준으로 50대는 32.1%로 30대(49.6%)와 40대(48.2%)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같은 연령대라도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했는데 50대 중 월 1회 미만 성관계를 갖는 사람은 45.6%였는데 여성(32.1%)이 남성(23.6%)보다 8.5%p 높았다. 최근 한 번도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는 답변도 남자는 23.6%이나 여성은 32.1%로 다소 높은 수치를 보였다.
현실과 이상의 거리도 존재했다.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성관계 횟수를 물었더니 평균 주 1~2회를 가장 선호했는데(61.6%) 현실과는 동떨어진 결과였다. 실제로는 33.4%만이 주 1~2회 성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주 3~4회 또는 거의 매일 배우자와 성관계를 가지길 원하는 사람도 12.9%로 현실보다 2.8%p 높았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성관계 횟수도 줄어들어 50대(64.5%)가 되면 ‘주 1~2회 바람직하다’가 30대(79.9%)와 40대(78.7%)보다 약 15%p 낮았다.
대체로 남성의 요구가 잦은 것도 특징이다. 주 1~2회 이상 기준으로 남성은 81.2%를 원한 반면 여성은 13.6%p 낮은 67.6%를 기록했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은 성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낮았다. 50대 이상 여성 4.4%(남성 1.2%)는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으며 주 1~2회를 원하는 여성은 43.4%인데 반해 남성은 70.2%로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배우자와의 성생활 만족도 질문에서는 ‘만족’과 ‘그저 그렇다’(불만족 포함)가 거의 비등하게 조사됐다. 최근 3개월 동안 배우자와의 성생활 만족도를 물었더니 ‘만족’이 45.5%(매우 만족 5.7%와 대체로 만족 39.8% 합산)에 달했으며 불만족은 18.1%(대체로 불만족 10.2%와 매우 불만족 7.9% 합산)에 그쳤다. 여기에서 보통(그저 그렇다)이라고 답변한 36.4%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성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만족해하는 층이 아니라, ‘그저 그런’ 섹스에 만족해하며 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생활 만족도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오르가슴 빈도는 만족층일수록 높게 나왔다. 2번에 1번꼴 26.3%, 4번에 3번꼴 22.1%, 거의 항상 느낌이 11.7%로 ‘가끔 이상’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사람이 60.1%에 달했다. 성생활에 만족하는 층일수록 오르가슴도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자주 오르가슴을 느꼈는데 2번에 1번 꼴 이상이 남성은 70.8%였으나 여성은 49.2%였다. 전혀 느끼지 못함도 남성이 5.5%인데 반해 여성은 약 3배에 달하는 14.6%였다.
부부간의 연령차도 성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와 나이가 같을 때 가장 속궁합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갑일 경우 48.4%가 만족, 15.2%가 불만족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보다 10살 연하 경우 41.9%가 만족, 22.6%가 불만족이었고 10살 많을 경우 40.5%가 만족, 22.9%가 불만족으로 집계됐다.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불만족을 느끼는 남성 중 69.5%는 적은 성관계 횟수를 원인으로 꼽았으며 진부한 성관계 방식(58.9%), 현재 파트너로 만족되지 않는다(36.8%), 성격이 안 맞다(26.3%), 상대의 성기능 저하(25.3%), 질 분비액이 줄어 성교 시 통증(18.9%), 상대의 빠른 사정(11.6%)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은 진부한 성관계 방식(47.7%), 상대 사정이 빠르다(43%), 질 분비액이 줄어 성교 시 통증(41.9%), 성관계 횟수가 적다(33.7%), 성격이 안 맞다(30.2%), 현재 파트너에 만족 안 된다 및 강제로 요구(18.6%로 동일) 순이었다.
이 외에도 상대가 강제로 요구(남성 4.2%, 여성 18.6%), 상대의 사정이 빠르다(남성 11.6%, 여성 43%), 적은 횟수(남성 69.5%, 여성 33.7%), 질 분비액이 줄어 성교 시 통증 (남성 18.9%, 여성 41.9%), 현재 파트너로 만족하지 못함(여성 36.8%, 남성 18.6%) 등의 답변이 있었는데 남녀의 비율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남성은 단일 요인인 성관계 횟수가 절대적인 불만족 이유가 됐지만 여성은 본인 또는 배우자의 성기능 및 성적 매력 저하와 관련된 요인에서 실망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30대(67.4%)와 40대(61.7%)는 불만족 원인으로 진부한 성관계를 꼽았으나 50대는 질 분비액 감소에 따른 통증(38.7%)과 배우자의 성기능 저하(36%) 같은 성기능 관련 요인을 주요 불만족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기타 의견도 다양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답변이 ‘피로감’이었다. 성관계 자체나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맞벌이, 야근, 출장 등의 이유로 ‘피곤해서’ 성관계를 못하거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임신 및 육아 때문에 만족할 만한 부부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았는데 “임신 중(성관계 못함)” “자녀들과 함께 자서” “젖을 떼지 않아서” “육아로 인한 피곤함”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 ‘신랑이 뺀들거려서’ ‘지병’ ‘배우자가 싫어해서’ ‘발기부전’ ‘배우자 건강 염려’ 등을 이유로 성관계를 하지 못하거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상대(배우자)가 있음에도 홀로 성욕을 해결하는 기혼자들도 있을까. 1000명의 기혼자들에게 자위행위 경험이 있냐고 물었더니 81.2%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이가 적을수록 자위행위도 자주 이뤄졌는데 월 1회 이상을 기준으로 30대 48.3%, 40대 35.9%, 50대 26.3%로 집계됐다.
자위경험자 중 약 절반(47%)은 현재까지 자위를 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월 1회 이상 36.8%, 월 1회 미만 10.2%, 해본 적 있으나 현재는 안 하거나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53%였다. 자위행위에 있어서도 남녀의 차이는 상당했다. 거의 모든 남성(97.4%)이 자위행위 경험이 있었으나 여성은 64.6%에 그친 것. 현재 자위행위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도 남성은 66.6%이고 여성은 27% 수준에 불과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