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그런 걸… 어떻게 전화로 물어?!
영화 <페스티발>의 한 장면.
성과학연구소의 질문지를 토대로 기자가 한 조사기관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데 대답은 ‘노’였다. 질문 문항이 노골적이고 민감한 부분이 많아 ARS 등의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하기가 적당치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ARS 방식이 응답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대답을 일방적으로 중지해 응답률이 극히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 뒤 다른 기관에 질문서를 보낸 결과 리얼미터에서 ‘웹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애초에 리얼미터에서도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을 하려고 했지만 역시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응답률이 낮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리얼미터 조사분석팀 권순정 실장은 이에 대해 “실제 목소리가 나가는 전화면접 방식은 응답자가 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법률이 없지만 미국의 경우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할 때 그 과정에서 응답자가 심리적으로 위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성의식같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주제는 설문문항과 방식 선정이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리얼미터가 성실태 조사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안한 것이 ‘웹 서베이’였다. 물론 학술적인 목적으로 실시하는 성실태 조사는 대부분 ‘블라인드 조사’를 한다고 한다. 상대의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심층면접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내용도 복잡해 언론사 조사방식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한다.
웹 서베이 방식은 조사기관이 웹 브라우저에 설문지를 작성한 뒤 링크를 걸어 대량으로 응답자들에게 발송해 답변을 얻는 방식이다. 조사기관은 먼저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 지역, 연령별 할당표를 인구통계 기준에 맞춰 만든 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패널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그 결과를 받아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개인이 혼자서 설문지를 보면서 답변을 작성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덜 느낄 수 있고, 조사기관은 그들이 ‘관리’하는 우수 패널 자원들의 답변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서의 권순정 실장은 “사실 이런 성실태 같은 주제는 응답률이 낮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한국같이 성에 대해 소극적이고 숨기려는 경향이 강한 나라에서는 더욱 어렵다. 일요신문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뒤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이렇게 체계적으로 언론사에서 성실태 조사를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조사결과가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OECD 국가 가운데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 이혼 사유의 상당 부분이 배우자와의 ‘성생활’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성’에 대해 올바르게,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성인의 전당인 대학에서 성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그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2014년 우리들의 성은 어떤 모습인지, ‘아우성’ 기획이 그 심해의 일부라도 제대로 밝혔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겠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