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군대 간 ‘군무식자’ 안방에 웃음폭탄 투하
‘진짜 사나이’에 새로 합류한 헨리와 박건형. ‘군무식자’ 헨리는 선글라스, 노트북, 깔창을 가지고 입소해 큰웃음을 주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캐나다인 그를 한국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군대에서 생활하게 한다는 발상은 그 출발부터 뜻밖이었다. 2008년 데뷔했지만 한국생활을 채 6년도 채우지 못한 그는 한국어 발음은 물론 구사력도 능숙하지 않다. 생활 방식 역시 군대와는 어울리지 않고, 게다가 군대 문화를 간접적으로도 접해보지 않았던 그를 ‘진짜 사나이’로 이끈 데는 제작진의 철저한 전략이 밑바탕이 됐다.
‘진짜 사나이’의 한 제작 관계자는 “군대에 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게 오히려 헨리의 최대 강점”이라고 짚었다. 군대 분위기나 문화, 생활 방식 등에 대해 ‘어설픈’ 지식을 갖고 있을 경우 오히려 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관계자는 “군대란 조직에서 마치 아이와 같은 헨리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시청자에게 충분히 통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실제로 헨리는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단 두 회 만에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방송 중인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빗대 ‘별에서 온 헨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시청률 역시 오르고 있다. 10%대에 머물던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은 헨리 등 새로운 얼굴이 투입된 이후 17%까지 치솟았다.
제작진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지만 헨리와 그의 소속사가 처음부터 ‘진짜 사나이’에 욕심을 낸 건 아니다. 마치 생존게임과도 같은 예능에서 헨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두고 소속사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데뷔한 뒤에도 주로 중화권 나라에서 활동했던 헨리를 군대 문화 안에 진입시키는 게 과연 적절한지 많은 가능성을 검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든 밝고 쾌활한 모습을 잃지 않는 성격인 데다 적응력도 탁월해 기대를 걸고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빠 어디가2’에 합류한 류진과 안정환 부자.
‘아빠 어디가2’에 합류한 가수 김진표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안정환 역시 제작진의 삼고초려 캐스팅이 성공한 결과다. 김성주, 송종국 등이 출연한 시즌1이 워낙 뜨거운 인기를 모은 탓에 제작진은 시즌2에 참여할 스타를 캐스팅하는 데 곤욕을 치렀다.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이들도 여럿이다. 그들 가운데 제작진이 김진표와 안정환, 류진을 새로운 얼굴로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빠 어디가’는 스타 혼자 출연하는 기타 예능 프로그램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자녀들과 함께 등장해 아빠로서, 가장으로서의 모습까지 진솔하게 드러내야 한다. 연예인들이 대부분 자신의 자녀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제작진은 출연자 선택에 더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이 주목한 건 ‘부성’이다.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출연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고민을 진심으로 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진심을 지닌 사람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부성에 관한 한 안정환과 김진표, 류진의 마음을 따라갈 만한 이들이 없다는 판단도 섰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진의 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여러 출연진 사이의 호흡이 예능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각각의 개성을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제작진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출연진끼리 일종의 그룹을 짰다. 믿음직하고 엄격한 아빠로 성동일과 안정환을 꼽았다. 친구 같은 아빠로 류진은 김성주와, 윤민수는 김진표와 분위기가 겹친다고 판단했다.
섭외만 했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출연진 개개인의 개성을 찾아 특정한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도 제작진에겐 숙제였다. 특히 ‘아빠 어디가’ 1, 2에 모두 출연하며 인기를 누리는 후 군이 ‘먹방’이란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건 제작진의 남다른 눈썰미 덕분에 가능했다. 윤민수가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던 당시 대기실을 자주 찾는 후 군이 달걀 프라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구성작가는 ‘아빠 어디가’에 참여하며 윤민수 부자의 캐스팅을 추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