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한국이 위험하다고? 미국보다 훨씬 안전”
헨리 소사는 빅리그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 야구의 문도 두드려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헨리 소사는 한국에서 트레이드마크였던 수염을 깎은 상태였다. 캠프가 시작되면서 팀 규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면도를 해야 했단다. 마이너리그 신분이면서도 소사는 지난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구원 등판한 적이 있었다. 1실점을 했지만 1개의 피안타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다음은 헨리 소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2012년 한국프로야구에서 같이 활약했던 류현진은 다저스 메이저리그에, 헨리 소사는 같은 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장면들이다.
“그게 인생 아닌가. 세상은 넓고, 미국 메이저리그의 팀들은 30개, 게다가 마이너리그 팀까지 합치면 100여 팀이 넘는데 다른 팀도 아닌 다저스에서 류현진을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서 평소에 나쁜 짓하고 살면 안 된다(웃음). 류현진과는 한국에서도 잘 알고 지냈다. 나의 절친인 대니 바티스타(소사와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가 류현진의 팀이었던 한화 이글스에서 뛰며 류현진을 소개시켜준 바 있다. 지난 번 등판 때 더그아웃에서 잠깐 만났지만, 경기 중이었고,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눈만 마주치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한국에서의 류현진과 메이저리그에서의 류현진, 당신이 보기엔 어떤 차이가 있나.
“그는 한국 야구에서 최고의 투수였다. 류현진은 내 야구 인생에서 손꼽히는 투수 중 한 명이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충분히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나. 하지만 두 리그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물론 힘 좋은 홈런 타자들도 있지만) 다수의 타자들이 맞히는 데 능한 콘택트형 타격을 주로 한다면, 여기는 다르다. 다들 힘이 있어서 1번부터 9번 타자를 막론하고 잘 맞은 공이 외야로 날아가면 펜스를 넘어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아마 류현진도 지난 시즌을 통해 빅리그 타자들의 파워에 대해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류현진은 아주 영리하기 때문에 오프시즌 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준비를 했을 것이다.”
헨리 소사는 지난해까지 KIA에서 활약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많이 아쉬웠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리그가 나에게 맞다고 생각해 더 뛰고 싶었다.”
―KIA가 왜 당신과 재계약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아마 내가 외국인 선수로서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컸을 것이다. 물론 나도 변명하고 싶은 말이 있다. 2012년 중반에 대체용병 신분으로 KIA에 입단했을 때 이미 3개월 동안 80이닝을 소화한 상태였다. 한국에 가자마자 적응기도 갖지 못한 채 바로 경기에 투입되면서 5개월여 동안 150이닝을 넘게 던졌다. 합쳐보면 서로 다른 리그에서 적응할 만한 여유도 없이 8개월(한 시즌이 넘는 기간) 가량 230이닝을 던진 꼴이 된다. 그 다음해에는 한국 야구에 대해 적응을 마쳤지만, 이번에는 몸이 문제가 됐다. 2012년 무리했던 스케줄이 이듬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KIA가 연패에 빠졌을 때 단체삭발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외국인 선수 신분에서 그런 문화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문화가 있다. 지난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도 선수 모두가 턱수염을 기르지 않았었나.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는 길렀고 한국에서는 잘랐다는 게 큰 차이가 있지만…(웃음).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선수들 모두가 팀의 연패 때문에 매우 힘들어 했었다. 그 때 베테랑 선수들이 먼저 삭발을 제안했고 모두가 묵묵히 따랐다. 그것은 강압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팀의 화합과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희생하고 집중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이 느껴졌다. 이러한 문화는 메이저리그에는 없는 독특한 것으로, 선수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 경기 내적으로도 팀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겪었던 한국 야구에서의 그런 문화는 내게 상당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아담 윌크(시즌 중 방출)가 미국 언론과 인터뷰 했던 걸 알고 있나.
“아담 윌크는 내가 한국에서 활약할 당시에 1년 정도 한국 무대에서 같이 뛰었던, 다른 팀의 용병선수로 기억한다. 아담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다 했나? 아직까지 들은 바는 없다.”
―아담 윌크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생활이 끔찍했다. 전쟁이 일어날 것을 염려해 일본행을 항상 준비했다. 한국 야구는 소프트 볼 스타일이다. 한국의 선후배 문화가 힘들었다’ 등등 좋지 않은 얘기를 했다. 당신도 아담의 얘기에 공감하는 편인가.
“아담이 왜 그런 인터뷰를 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아담의 얘기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먼저 나는 한국과 ‘위험’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미국은 총기사고도 증가하고 있고 테러도 심심찮게 발생하지 않나? 그에 비해 한국은 치안이나 신변의 안전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낮이건 밤이건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술 먹고 큰 소리를 치거나 싸우는 경우도 자주 보지 못했다. 내가 느낀 한국은 안전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한국야구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아담은 소프트 볼 수준이라고 했다는데 그건 한국 야구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의 야구 수준이 증명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한국 야구는 미국의 트리플A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나 경험은 메이저리그에 뒤지지 않지만 야구 인프라와 타자들의 파워, 투수들의 연투능력 등이 조금 못 미친다고 본다. 한국 타자들은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이 출중하고 출루하는 능력은 이미 숙달된 전문가를 보는 것 같았다. 아담이 한국에서 거둔 성적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 괜한 불평을 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헨리 소사 부부.
“처음 겪는 문화는 아니다. 난 중남미의 섬나라 도미니카 출신인데, 도미니카는 오직 야구의 나라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스타선수들이 즐비하다. 알버트 푸홀스, 로빈슨 카노, 헨리 라미레즈, 아드리안 벨트레, 페드로 마르티네즈, 후안 유리베, 데이비드 오티스, 알폰소 소리아노 등 올스타급 선수들로 라인업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도미니카 야구에도 그런 선후배 문화가 있다. 물론, 한국만큼은 아니지만(웃음). 이런 문화는 미국에는 없지만 야구 경기를 놓고 보면 분명히 도움이 되는 요소가 있다. 후배가 선배를 존중하고 따르는 문화라면 이는 야구 내적으로도 좋은 시너지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야구는 개인의 실력을 뽐내는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팀 케미스트리(팀 화합)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미국에 비해 열악한 야구 인프라와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도 아마 이런 선후배 문화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런 문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건 말로 한다고 만들어지는 문화가 아니다. 특히 개인주의가 팽배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신은 한국으로 올 때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받는 금액은 훨씬 많지 않았나. 그 돈 받고 올 선수는 없다고 들었다.
“이번에 연봉 상한금액이 풀렸다고 들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연봉 25만 달러는 넘었다.”
―만약 한국에서 다시 콜이 온다면 갈 의향이 있나.
“물론이다. 언제든지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주저 없이 갈 것이다. 물론 KIA 타이거즈는 나를 원하지 않겠지만 말이다(웃음).”
헨리 소사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다. 2주 전 사랑스런 첫 딸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백인의 아내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던 헨리 소사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가족들과 평화로운 시간들을 만끽하고 있었다. 헨리 소사의 목표는 당연히 빅리그 진입이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 야구의 문도 두드려 볼 생각이다.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