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시도·보복폭행·고소고발…‘오, 신이시여!’
사랑의교회 풍자 의혹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표지
지난 2월 ‘정치깡패 용팔이’로 잘 알려진 김용남 씨(63)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의 주역인 김 씨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다름 아닌 ‘방화 시도’ 때문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본관 4층 당 회의실을 찾아가 “혼자서 자결하지 않는다. 가까이 오지마라. 불로 다 죽여버려”라며 자신의 몸과 복도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을 지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 사건 이후 나도 반대파 청년 신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반박했다.
서울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사랑의교회’와 왕년의 정치깡패가 벌인 방화 시도, 그리고 보복 폭행 의혹 등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기에 사건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사랑의교회에서 벌어진 내부 갈등이 갈 데까지 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김 씨는 방화를 시도하려 한 것일까. 사랑의교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가 벌인 방화 소동은 그간 담임목사를 둘러싼 내홍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58)는 박사 학위 논문을 대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교회 내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오 목사가 의혹을 받는 논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스트룸 대학(현 노스웨스트대학)에서 쓴 ‘신약성경에 비춰 본 제자 훈련 설교’ 박사 논문이다. 지난해 2월 조사위원회는 오 목사의 논문이 36곳 이상을 표절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포체스트룸 대학 측 역시 “논문 표절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를 바로잡아 수정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목사를 둘러싼 자질 논란이 거세졌다. 오 목사를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앞서 김용남 씨는 오 목사 ‘찬성파’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김 씨는 논문 조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조사위원장이었던 권 아무개 장로를 찾아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문 표절 여파로 오 목사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자숙에 들어갔다. 오 목사는 다시 복귀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오 목사가 미국 바이올라대학에서 받은 목회학 박사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 ‘사랑의교회 회복을 소망하는 개혁성향 당회원 장로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목사의 2004년 미국 바이올라대학 목회학 박사 논문은 자신의 포체스트룸대학 박사 논문을 65% 정도 베낀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예고했다. 이에 사랑의교회 측은 “오 목사는 바이올라대학에서 박사논문을 쓰다가 학위 취득이 여의치 않아 접고 나중에 포체스트룸대학에 논문을 제출해 학위를 받은 것”이라며 “오 목사의 뜻에 따라 바이올라대학 박사 학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대학 측에 접수했다”고 맞서고 있는 중이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랑의교회 신축 건물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1985년 문을 연 사랑의교회는 신도 수가 늘어나자 2009년부터 강남 서초역 인근에 신축 건물을 지은 바 있다. 이때 서초역 인근에 사들인 땅만 약 7451㎡(2250여 평), 신축 비용만 2000억 원이 넘어 교계 안팎에서 “너무 호화 건축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서초구가 ‘특혜’를 줬다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사랑의교회 측은 “신도수가 너무 늘어나 수용공간이 부족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문제는 신축 과정에서 오 목사의 배임횡령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오 목사의 반대파 신도들은 사랑의교회가 2009년 서초역 인근 부지를 매입하면서 당시 시가인 61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1178억 원’에 매입했다며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토지는 원래 대림산업 소유로, 주차, 용적률 제한 등의 문제로 팔리지 않아 결국 한국토지공사에 588억 원에 매각하기로 한 땅인데, 오 목사 측이 서둘러 부지 매입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교회 신축에 땅값 1100억 원과 공사비 1000억 원 등 총 ‘21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으나 오 목사 측이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건축 계획을 바꿔 건축비를 ‘32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 교회에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대파 교인 측은 지난해 7월 오 목사와 교회 건축위원장 김 아무개 장로를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사랑의교회 측은 “설계 변경에 따라 건축 과정에서 건축비가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이다. 향후 건축 백서를 통해 자금 사용 내역을 철저히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도들이 고발한 내용 중에는 교회 신축을 둘러싼 배임 의혹뿐만 아니라 오 목사의 개인적인 횡령 내용도 담겼다. 2007년 오 목사가 교회 공식 계좌가 아닌 다른 정기예금 계좌를 통해 교회 재정을 담당하는 이 아무개 장로로부터 헌금 ‘6억 5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오 목사 측은 6억 500만 원 중 5억 원을 평양과학기술대학에, 1억 500만 원은 평양에 건설키로 한 ‘사랑문화센터’ 건설 대금으로 송금했다고 밝혔지만, 평양과학기술대학을 담당했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측은 “사랑의교회 측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해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부랴부랴 사랑의교회 측은 증빙 서류를 교인들에게 내세웠지만 오 목사 반대파는 이 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중이다. 오 목사 반대파 측은 “직인, 문체 등 여러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결과 조작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갖가지 내홍 끝에 사랑의교회 신축 건물은 지난해 11월 완공됐지만 현재까지 내분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 목사 반대 측 신도들은 옛 사랑의교회 건물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에 마당 기도회를 개최하며 여전히 오 목사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매 주일에는 신축 교회 건너편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오 목사의 문제점이 담긴 회보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 목사를 옹호하는 측은 반대파를 수시로 감시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오 목사 퇴진을 요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랑넷’은 “오 목사 옹호 측이 옛 교회 건물에서 신도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반대파 측이 머무는 옛 사랑의교회 건물은 리모델링 준비에 착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내 최대 교회로 손꼽히는 사랑의교회의 내홍이 치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한 교계 관계자는 “목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파벌 싸움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메가처치’의 전형적인 문제를 보는 듯하다. 제2의 순복음교회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