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은 100% 허구이자 100% 사실”
옥성호 씨는 소설과 관련 교회 측이 뭐라든 아무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준필 기자
-책은 언제부터 쓰기로 생각했나?
“지금 집이 미국에 있어 거기에 있을 때마다 글을 쓴다. 한국 교회 상황에 대해서 소설을 구상하다가 풍자를 좀 가미해볼까 생각한 게 이 책으로 나왔다. 사실 그렇게 심각하게 쓴 게 아니다. 일주일 만에 후다닥 썼다. 이것을 포함해 한국 교회와 관련한 소설 3부작이 곧 나올 것이다.”
-책에 등장한 ‘서초교회’가 ‘사랑의교회’를 연상시킨다는 시선이 많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100% 허구이자 100%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책에 등장하는 ‘김건축’이라는 목사와 실제로 같은 이름을 가진 목사는 없다. 하지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누군지 너무 잘 인식이 되는 거다. 건축 좋아하는 사람, 즉 어딜 가도 건물을 지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 그러니까 허구지만 동시에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에는 영어 얘기도 자주 나오는데, 그 분이 영어를 그렇게 좋아하신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 살아계실 때 ‘꼭 그렇게 영어를 자꾸 써야 되냐.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은데’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영어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더라.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하냐. 한마디로 과시하고 싶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 보면 김건축 목사가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한다든지, VIP 신도 관리라든지, 언론사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나온다.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하거나 목사들이 토익 시험을 친다는 내용이 소설에 등장했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은 하나도 없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쓰면 다큐멘터리이지 소설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언론 관계는 어느 정도 맞다. (그 쪽이) 언론 관계 하나는 상당히 중시했는데, 몇 년 전에 언론사 하나를 만들려고 하다가 좌절된 것으로 안다. 돈도 많이 들고 아버지도 반대하고. VIP 신도 관리도 마찬가지다. 부임한 이후 상당히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사랑의교회 측에서는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말도 나오더라.
“사랑의교회 측 목사가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것 같더라. 읽어보면 알겠지만 말 그대로 소설을 갖고 어떻게 하겠는가. 게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을 제기해야 하는 쪽은 나다. 제가 교회를 흔드느니, 영향력을 행사하느니 계속적으로 주장하는데 이건 소송감이다. 저는 서초동 교회 근처도 안 간다. 식당을 가든 카페를 가든 그거 보이면 그냥 나온다. 한마디로 그 쪽에 아무 관심도 없다.”
-그래도 사랑의교회 측은 ‘교회 흔들기’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담임목사 반대 측과 교류는 없다. 그런데 옹호 측이 생각하기에 “모든 배후는 옥성호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 옥성호 배후에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알겠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별 관심 없다.“
-어머니(김영순 여사)가 우려하는 바는 없나.
“아무래도 어머니 마음은 편하진 않으시다. 책 나오기 며칠 전에도 ‘꼭 그런 것을 내야 하느냐. 조용히 있으면 안 되겠느냐’며 만류하신 적이 있다.”
-사랑의교회가 한창 내분에 휩싸여 있다. 교회 신축 이후로 계속된 것 같은데
“서초동 신축을 할 때 아버지가 상당히 말리셨다. 하지만 이미 그땐 말이 통하지 않았다. 사실 법보다 중요한 게 명분이다. 교회는 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합법적이라도 몇 명이 상처를 받고 있다면 안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명분은 상관도 없고 합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일을 진행하면서 그것을 갖고 뭐라고 하면 ‘교회를 세상의 잣대로 보지 말라’고 한다. 이게 얼마나 웃긴가.”
-소설에 등장하는 김건축 목사의 ‘영어회화 책 대필 논란’이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표절도 실력이 있어야 표절을 한다. 일단 영어가 무슨 말인지 알아야 표절을 할 것이 아닌가. 대필자도 마찬가지다. 자기 논문 쓰는 것도 벅찬데 하물며 남의 논문 써주는데 죽어라고 써주겠나. 모티브는 얻어온 것은 맞지만 거기에 창작이 깃들었다.”
-예전에 한 말을 보면 “아버지가 오 목사에게 후임직을 물려준 후 한 달 만에 후회했다”는 내용이 있다. 사실인가.
“아버지는 담임목사 시절 오 목사를 지근거리에서 두고 일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멀리 있다 보니 그저 좋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같이 데리고 일을 해보니까 ‘이건 아니다’라고 느낀 셈이다. 오 목사의 교회 운영 방식을 아버지는 많이 반대했다. 하지만 반대할 무렵에는 이미 암이 많이 전이가 됐고 뭔가를 할 체력이 안됐다.”
-목사직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지 않은 후회는 없나.
“저는 단언컨대 목사라는 타이틀이 제 이름 뒤에 붙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그렇게 하더라도 싫다. 사실 저 쪽에서는 편한 게 전임 목사 세력과 후임 목사 세력의 ‘신구갈등’으로 몰아가는 게 편할 것이다. 전임자의 아들이 자기가 교회를 물려받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욕심이 남아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다. 저는 그 구도에 아예 관심도 없다. 한마디로 사랑의교회를 ‘통째로 줘도’ 관심이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유쾌했던 것처럼 읽을 때 유쾌했으면 좋겠다. 서초교회처럼 지금 교회는 존재 자체가 부채인 교회들이 많다. 외향적인 것보다는 교회가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교회를 다닌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때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