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일부에선 ‘옥쇄’로, 조 대표 스스로도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이라 밝힌 이번 결정이 당내 중진들의 ‘지역구 대이동’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전남 순천의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중도파의 ‘큰손’인 한화갑 전 대표도 곧 수도권 출마 뜻을 밝힐 예정.
또 추미애 김영환 상임중앙위원 등도 ‘이전’ 대상으로 거명돼 지역구 이전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박상천 정균환 김상현 김옥두 김태식 김충조 이협 의원 등 호남 다선 중진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 조 대표의 지역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6일 조재환 의원이 개인성명을 발표하면서부터. 조 의원은 “조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전국구로 이동하고,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경기 안산에서 고향인 충북 괴산으로 지역구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당을 살리기 위해 전국구 후순위를 택했던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인 것 같은데, 나는 DJ처럼 지역적 기반이 확실하지도 않고, 비교도 안 되는데 후순위로 간다면 국민들이 그렇게 해 주실지 의문이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DJ는 88년 13대 총선에서 전국구 11번(평민당)을 택하는 ‘벼랑끝 전략’을 써 성공한 바 있으며, 96년 15대 총선에선 전국구 14번(국민회의)을 선택했으나 낙선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특정인이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는 운동 방식의 인위적 물갈이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음에도 추미애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이 계속 ‘호남 물갈이론’을 제기하자 불쾌감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장-개혁파들뿐 아니라 이들에 의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호남 중진들까지 조 대표의 지도력을 문제 삼으며 “태도를 확실히 하라”고 압박하고 나서자 뚜렷한 당내 기반이 없는 조 대표의 당내 위상은 계속 흔들려만 갔다.
조 대표가 대구 출마란 ‘극약 처방’을 측근들에게 내비친 것은 대략 17~18일께. 특히 “이달 말까지는 (호남 중진들이) 용단을 내려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조 대표가 직접 나서 공적에 따라 (중진들을) 전국구 후보로 모시든지 해야 한다”는 추 상임중앙위원의 기자간담회(16일)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 조 대표가 추 상임중앙위원과의 물갈이 불화 끝에 전격적으로 대구 출마를 결정했다는 일각의 분석은 이 와중에서 불거져 나왔다.
조 대표는 주말에 연극배우로 유명한 부인 김금지씨 등 가족들에게 자신의 대구행(行) 결심을 밝혔다 가족들은 “설이 지나고 난 후에 대구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조 대표는 “설이 지나면 실기(失機)한다. 설 연휴에 국민들에게 민주당에 대해 얘기할 꺼리를 줘야 한다”며 19일로 택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이어 강운태 사무총장, 이낙연 기조위원장 등에게도 이를 통보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상황과 관련, “조 대표가 너무 엄청난 결심을 밝히는 바람에 듣고 난 후 누굴 만나면 대구 출마 얘기를 할 것 같아 곧장 집으로 가 틀어박혀 있었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