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부글부글…자칫 ‘브릭스’ 꼴 날라
롱숏펀드 상품이 우후죽순 경쟁적으로 생겨나면서 예전 중국펀드, 인사이트펀드 등에서 빚어졌던 거품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일요신문DB
돈이 몰리는 가장 이유는 역시 수익률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 1년간 롱숏펀드의 전체 수익률은 7.2%였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2.07%보다 월등하다. 올 들어 수익률이 주춤하지만 미래에셋과 대신운용의 롱숏펀드는 6%대 수익률을 자랑한다. 가장 덩치가 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펀드’도 올 수익률은 마이너스이지만, 최근 2년 수익률은 여전히 18.69%나 된다.
익명의 자산운용사 퀀트(통계를 바탕으로 한 투자전략) 매니저는 “단기간에 돈이 몰리면 유동성에 의한 수익률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돈이 몰리면서 매수가 몰리고, 이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롱숏펀드는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파는) 전략을 택하는 데,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중소형주나 코스닥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퀀트 매니저는 “공매도 효과를 크게 보려면 이로 인한 주가하락 폭이 커야 하는데 덩치가 작은 종목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많다”며 “하지만 이 경우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살 때(쇼트커버링)도 주가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그만큼 많다”고 경고했다. 더군다나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주식도 제한돼 있다. 매매에 따른 주가 부침, 즉 유동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롱숏펀드가 경쟁적으로 생겨나는 것도 문제다. 보통 설정 초기에는 추가적인 자금유치를 위해 수익률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무리한 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이미 시중에 나온 롱숏펀드는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롱숏은 주로 헤지펀드에서 사용하는 전략이다. 주가 예측으로 수익기회를 노리면서도 그 예측이 빗나갔을 때를 대비하는 게 그 목적이다. 그런데 국내 롱숏펀드의 상당수는 예상이 틀렸을 경우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다.
한 헤지펀드 전문가는 “위험관리에 무게를 둔 롱숏펀드라면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들은 매수하면서 동시에 전체시장이 하락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회피하기위해 공매도를 곁들여 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국내 롱숏펀드를 보면 위험관리가 아니라 수익을 더 내기 위해 공매도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롱숏 전문 펀드매니저의 이동도 또 다른 변수로 부각하고 있다. 현재 국내시장에는 롱숏펀드를 운용해 본 경험이 있는 매니저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롱숏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니저 쟁탈전으로 이어질 경우 운용의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김주형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AI본부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경험 있는 롱숏펀드 매니저가 부족해 일반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던 인력을 배치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롱숏펀드는 투자대상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력이동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결국 운용능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예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펀드의 경우에도 이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매니저들이 운용을 맡았던 것이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