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항공기 평균 기령은 9.34년으로 세계적 수준, 금년 말이면 20년 도래한 항공기 없어질 것”
[일요신문] 말레이시아 당국이 승객 239명을 태우고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여객기가 추락했다고 공식 결론을 내린 가운데 항공기 추락 원인 등을 둘러싼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4일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인도양 남부 해역에서 추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아직까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납치 동기나 (테러 단체의) 요구 사안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가 확인되거나 블랙박스가 회수되기 전에 테러나 사보타지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말레이시아 정부의 대응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또한 이번 추락 사고로 희생된 피해자가 가장 많은 중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말레이시아 여행 거부 움직임으로 확전되는 등 중국과 말레이시아간의 외교 분쟁 조짐도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켰던 아시아나항공의 보잉777 여객기. 사진출처=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트위터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3월 8일 실종된 말레이항공 보잉 777-200(MH370) 여객기가 남인도양에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공항 전경. AP/연합뉴스
이처럼 미스터리한 말레이항공 실종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양에 추락한 말레이항공기(보잉 777-200)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기와 동일한 기종인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항공사별 항공기 현황(2014년 3월4일 기준)에 따르면 보잉 777-200기종은 대한항공이 18기, 아시아나는 12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20년 이상된 노후화 기종을 여전히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항공기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항공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승객,화물)는 총 285기로 이중 기령 20년을 초과한 기종은 총 27기 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13기(화물 3기), 아시아나 10기(화물 6기), 에어부산과 에어인천(화물)이 각각 2기 등이다.
<일요신문>은 국토교통부에 돌출된 항공기 노후화와 관련된 또다른 측도인 ‘사이클’로 불리우는 이착륙 횟수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등록된 항공기 별로 구체적으로 이착륙 횟수를 통계 낸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의무와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어떠한 잣대로 항공기 수명을 평가하고 있는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다만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수명’에 대해 “항공기는 계속적인 정비행위가 이뤄지고 사용수명이 있는 부품은 정해진 시기에 교환됨에 따라 항공기의 운항 수명(사용연한)은 없고, 항공사별로 자체 검토해 항공기를 교체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사고 가운데 50% 이상이 부품결함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 의원은 사고 항공기의 평균 기령은 13년 11개월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아시아나항공의 한 화물기(747-400F 기종)는 기령이 20년에 이르는 것은 물론 지난 5년 동안 2008년과 2010년에 걸쳐 두 차례나 준사고가 발생했지만 지금까지도 운항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항공기 노후화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의 평균 기령은 9.34년이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싱가폴항공 등 몇 몇 항공사밖에 없을 정도로 낮은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A300-600 기종은 이미 지난해인 2013년 5월부터 노선에 투입하지 않고 해외 판매 송출 대기중인 상태”라며 “금년도 경년기 해외 판매 계획에 따라 20년이 도래한 B747-400 3대도 모두 송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년 말이면 20년이 도래한 항공기는 모두 판매되어 없어질 예정이며 매년 순차적으로 경년기를 내보내고 신형 항공기들로 교체할 예정이고, 올해에만도 A380 2대 및 A330-300 3대 등 7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 자료에 표기된 13대는 1994년 7월에 도입해 19.7년인 항공기 1대와 1995년에 도입한 항공기 4대, 그리고 우즈베키스탄항공에 임대해 준 항공기 2대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사료되나 우즈베키스탄항공에 임대준 항공기는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측은 <일요신문>이 항공기 현황 및 노후화와 관련한 입장 및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
통상 항공기 사고의 원인은 악천후 등 천재지변, 기체 이상(결함,고장), 조종사 과실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특히 기체 이상과 조종사 과실은 사전에 면밀한 점검과 체계적인 교육과정 등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다. 또한 항공기의 노후화는 곧 기체 이상을 야기할 수 있는 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사는 물론 관계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김길중 기자 ilyo11@ilyo.co.kr
@국내 항공기 주요 사고 일지.
▲ 1971.1.23= 대한항공[003490] F-27 이륙 후 강원 고성에서 피랍돼 비상착륙, 2명 사망, 26명 부상.
▲ 1976.8.2= 대한항공 B707 이란 테헤란 공항 이륙 후 산악 추락, 5명 사망.
▲ 1978.4.21= 대한항공 B707 소련 무르만스크에서 항로이탈로 피격돼 비상착륙, 2명 사망.
▲ 1980.11.19= 대한항공 B747 김포공항에서 착륙 중 뒷바퀴 부러져 동체 활주, 16명 사망.
▲ 1981.9.15= 대한항공 B747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이륙 중 철책 충돌, 24명 부상.
▲ 1983.9.1= 대한항공 B747 소련 캄차카 근해에서 격투기 피격, 269명 사망.
▲ 1987.11.29= 대한항공 B707 미얀마 안다만해상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공중폭파, 115명 사망.
▲ 1989.7.27= 대한항공 C10 리비아 트리폴리공항에서 착륙 중 지상충돌, 80명 사망, 139명 부상.
▲ 1989.11.25= 대한항공 F28 김포공항 이륙 중 지상충돌, 1명 사망.
▲ 1993.7.26= 아시아나 B737-500 전남 해남에서 공항 접근 중 산에 충돌, 66명 사망, 44명 부상.
▲ 1994.8.10= 대한항공 A300-600 제주공항 착륙 중 담장 충돌해 화재, 9명 부상.
▲ 1997.8.6= 대한항공 B747-300 미국 괌공항 착륙 중 야산 추락, 225명 사망, 29명 부상.
▲ 1999.4.15= 대한항공 MD-11 중국 상하이공항 이륙 직후 추락, 8명 사망, 41명 부상.
▲ 1999.12.23= 대한항공 B747-200 영국 스텐스테드공항 이륙 후 추락, 4명 사망.
▲ 2011. 7.28=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 제주 해상 추락, 2명 사망.
▲ 2013. 7.7= 아시아나항공 B777-200 여객기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충돌, 2명 사망, 수십명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