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정보유출사건’ 물타기?
[일요신문] 채동욱 전 검찰총장(55) 관련 수사가 채 전 총장과 그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 아무개 씨(55)의 개인 비리를 파헤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삼성그룹의 스폰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채 전 총장 관련 수사는 확대일로에 있다. 이에 따라 채 전 총장은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9월 조선일보의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 보도로 촉발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돼 왔다. 검찰은 지난 6개월 간 임 씨와 그녀의 아들이자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 아무개 군을 향한 개인정보 불법 유출과 임 씨의 개인비리에 대해 ‘투 트랙 수사’를 펼쳐 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채 전 총장 측을 향한 불법 사찰 부분에 대해 수사했고, 형사6부는 개인비리 쪽 수사를 맡았다.
이제 수사는 사실 관계 파악을 대부분 마쳤다. 하지만 두 수사에 대한 무게중심은 개인정보 불법 유출에서 개인비리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청와대의 반발에 가로 막혀 개인정보 불법 유출 수사 대신 채 전 총장 비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대상을 계속 늘려가는 저인망식의 이른바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 방위적으로 채 전 총장과 관련한 뒷조사를 했고 그 같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수사가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수사팀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처벌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리 검토만 겨우 마친 수준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을 기소만 하는 선에서 끝낼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뿐만 아니라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총무비서관실까지 총동원돼 임 씨와 채 군에 대한 개인정보 열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개인정보를 직접 조회한 당사자가 아닌 조회를 지시·부탁한 인물들에게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법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개인정보를 실제 조회한 일선 공무원들만 사법 처리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청와대의 ‘적법 감찰’이란 논리에 기댄 채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은 검찰로서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채 전 총장 측이 피해자인 개인정보 불법 유출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개인비리 수사는 상당한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자칫 물 타기 시도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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