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의 ‘제일그룹’ 탄생하나
이서현 사장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주를 위해서라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게 가장 확실한데, 자사주 형태로 보유한다는 것은 경영권 방어에 사용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관건은 이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일단 제일기획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몫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런데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하면 주인이 없어질 ‘제일모직’이란 사명을 삼성에버랜드가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 모태기업의 하나인 만큼 버릴 수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삼성에버랜드가 의류회사에나 적합한 제일모직이란 이름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이서현 사장으로 삼분되면서 패션부문이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즉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지주사부문은 이 부회장이 갖고, 레저와 식음료 그리고 패션부문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지배지분을 갖고 분사하는 방식이다. 이후 분할과 합병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이서현 사장이 최대주주가 되는 이른바 ‘제일그룹’이 탄생할 수 있다.
한편 삼성에버랜드 지분구조를 보면 이 부회장이 25.1%, 두 자매가 각각 8.37%씩 보유 중이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3.72%. 자사주가 15.23%이고, 삼성카드 등 계열사가 15.36%를 갖고 있다. KCC 지분도 20%다. 삼성에버랜드 총자산을 보면 삼성생명 지분 등 비사업부문이 50%, 레저·식음료(자회사)·건설부문 등이 35%, 패션부문이 15%다.
단순 추정하면 이서현 사장의 삼성에버랜드 전체에 대한 지분율을 패션부문 지배력으로 바꾸면 55.8%(100/15×8.37%)가 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부진 사장의 담당 사업부문 지배력은 약 23.9%에 그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결국 향후 주주들의 보유비중 변화와 회사 분할 방식에 따라 세 남매가 맡을 미래 회사의 지분율은 달라질 여지가 아직은 큰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