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외곽’ 부산은 ‘안쪽’ 강세로…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먼저 서울부터 살펴보자. 서울은 4월 1~2일 양일간 외주로 3코너부터 결승선 전 구역에 대한 대대적인 모래교체 작업을 단행했다. 지난 5~6일 경마에선 특별한 흐름이 감지되지 않았다. 평소보다 기록이 조금 느리게 작성됐을 뿐 안쪽이나 외곽의 입상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체된 모래가 어느 정도 다져진 이후인 지난 12~13일 양일간 치러진 경주에선 기록이 평소보다 1초 가까이 빠른 흐름을 보였고, 입상패턴도 외곽에서 뛰는 말이 뜻밖의 선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12일 1경주에선 인기 7위마(총 8두)인 기습선행을 시도한 8번 미라클캣이 6번 영암공주의 견제를 받으면서 외곽 뺑뺑이를 당했다. 부진형 기수에 능력이 없는 말이라 이 정도면 입상권에서 멀어져야 했지만 끈끈하게 3위를 지켜냈다. 2경주에선 11번 드림포트가 안쪽에 두 마리를 달고 외곽에서 뛰는 최악의 레이스를 했지만 2위를 했다. 하지만 드림포트는 워낙 능력이 있는 말이라 외곽선전으로 결론 내리긴 어렵겠다. 3경주에선 10번 아르고팬텀이 1경주의 미라클캣처럼 똑같이 외곽선행으로 질주해 1위를 했다. 4경주의 에이스캡틴과 5경주의 3번 천년강호, 6경주의 11번 엠제이포스는 외곽선입으로 입상을 했다.
7경주에선 안쪽에 두 마리씩 달고 뛴 11번 금빛환희와 12번 원석발굴이 동시에 1, 2위를 해 중배당이 터졌다. 1400미터 경주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났는데 두 마리 모두 객관적인 전력이 앞서는 말은 아니었다. 반면에 인코스에서 선행과 선입으로 그림같은 전개를 한 1번 수석과 5번 동해그랜드는 결승선에서 뒤로 밀려났다. 8경주에서도 안쪽에 두 마리를 달고 뛴 7번 용마루가 2위를 지켜냈으며, 9경주에선 그동안 선행이 아니면 입상을 거의 하지 못했던 4번 온수리가 외곽선입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12일 서울 경마장에서 열린 7경주에서 외곽주행을 한 금빛환희와 원석발굴이 1, 2위를 해 중배당이 터졌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10경주에선 선행을 나선 이후 최선의 힘 안배를 하며 안쪽에서 경제적인 레이스를 한 5번 라온리더가 4위로 밀려났고, 후미에서 외곽무빙을 한 3번 뷰티어스니스가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터트렸다. 11경주에서도 비인기마인 8번 골드백이 후미에서 외곽을 크게 선회하면서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앞에 가던 말들을 모두 추월하며 2위까지 올라왔다.
이런 흐름은 일요일인 13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경주에선 마체중 400kg대의 속칭 ‘조랑말’급인 중문사랑이 무리하게 외곽에서 가세하고도 ‘넉넉하게’ 2위를 차지했다. 체구가 작은 말들은 외곽에서 무리하면 버티기가 힘들지만 의외의 선전을 했다. 2경주에선 앞선에서 뛰던 말들이 다 무너지고 참고 뒤따라오던 말들이 결승선 가운데와 외곽을 치고 나오며 이변을 일으켰고, 3경주에선 안쪽에서 경제적인 레이스를 하던 말들이 다 무너졌다.
6경주를 보자. 6번 럭키스위트가 초반만 조금 빠르게 가져갔을 뿐 이후 4코너까지 조교하듯이 달리며 최상의 힘 안배를 했지만 외곽에서 쫓아온 말들에게 3위까지 내주고 입상권에서 밀려났다. 7경주에선 도주했던 4번 라이언특급이 무너지고 외곽 선입과 외곽추입으로 올라온 말이 1, 2위를 차지했다. 이 경주에서 4번 기수 방춘식은 지나치게 내뺐다고 징계를 받았지만 다른 말과 거리가 많이 벌어졌을 뿐 평소의 스피드대로 달렸다는 것은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말들이 주로가 무겁다는 것을 파악하고 느리게 따라왔을 뿐이다.
8경주에서도 편하게 선행을 나섰던 블루레이와 꽃자리인 2위권 안쪽을 차지한 1번 대싱디바가 최선을 다했지만 무너졌고, 9경주에선 끈기의 화신이라 할 만큼 선두권에만 가세하면 강인한 근성을 보여주던 6번 금덩이가 그렇게 무리한 페이스가 아니었음에도 참패를 했다. 10경주에서도 ‘최적전개’를 한 4번 통제사가 4위로 밀렸다.
지난 6일 부산 경마장에서 열린 1경주에서 골든트리오가 안쪽을 고수하며 달리는 모습. 골든트리오는 3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양일간의 경주 내용을 보면 인코스 마필이 입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능력이 비슷할 땐 대부분 외곽주행을 한 마필들이 더 나은 성적을 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는 단독선행이나 인코스 선입마를 더 이상 베팅의 금과옥조로 삼아선 안되겠다.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인코스 마필들을 모조리 꺾고 베팅하는 것도 고배당을 노리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
서울 경마장이 이처럼 ‘안쪽 불리, 외곽 유리’ 현상을 보인다면 부산 경마장은 반대로 인코스가 예전보다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차례 얘기를 해온 것처럼 부산경마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외곽이 절대 유리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러한 흐름은 봄철이 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되긴 했지만 최근에도 외곽이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난 4월 2일과 3일 양일간 모래를 보충한 이후부터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모래보충은 내주로 외곽펜스 부분 전구역과 결승선의 외곽펜스 쪽에 이뤄졌는데 이 작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경주부터 살펴보자. 1경주의 이변마인 5번 골든트리오는 안쪽을 고수해 3위를 차지했고, 2경주의 3번 비케이킹도 선행으로 오다 선입으로 깜짝 2위를 했다. 3경주의 1번 아인스, 4경주의 1번 람세스아실드, 5경주의 11번 길버트, 6경주의 1번 미스터와이 등 좋은 배당을 안겨준 말들은 하나같이 선행이나 2선 선입으로 최적전개를 했다. 안쪽으로 뛰면 번번이 외곽마들에게 추월을 당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11일과 13일 경마도 6일과 거의 비슷한 흐름이었다. 11일 1경주의 영브라보, 2경주의 셀럽, 3경주의 샤이닝질주, 4경주의 청풍만리, 5경주의 어필링스타, 10경주의 라이징조이 등 이변을 일으킨 말들은 대부분 1번 게이트에서 출발한 말이었다. 13일 일요경마에서도 6개 경주 가운데 1번 게이트 말이 4번이나 입상을 했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인코스가 대세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과 부산의 경주로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선 외곽이, 부산에선 인코스가 베팅포인트가 된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