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낮지만 고의 사고 내지는 마약 투약 운전 여부도 아예 배제할 순 없어
사고 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가능성은 가장 낮아 보이지만 ‘고의 사고’ 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또한 고의 사고는 아닐지라도 음주 내지는 마약 투약 상태에서 운전을 했을 수도 있다.
우선 음주 운전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이 실시한 음주측정을 통해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음주 운전 사고만큼이나 마약 운전 사고도 많은 터라 경찰은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간이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마약 투약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아직 정밀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고 직후 운전자가 마약에 취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전해진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고의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운전 과정에서 부부가 심하게 다퉜거나 운전 직전 운전자가 매우 분노한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난폭 운전을 했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등의 정신병력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고의적으로 난폭 운전을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살인사건이 된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로 ‘여의도광장 차량질주 살인사건’이 있다. 1991년 10월 19일 당시 22세이던 김용제가 차를 몰고 여의도광장으로 진입해 질주를 벌여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차로 치었는데 이들은 바로 즉사했다. 이후 어린이와 노인 등 21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이야 차량은 자전거 보관함을 들이받고 멈췄다.
김용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시민들에게 붙잡혔지만 이를 뿌리치고 여중생을 인질로 잡았다. 하지만 결국 시민들에게 제압당했다. 운전 도중에 벌어진 교통사고가 아닌 차량을 흉기로 삼은 살인사건으로 당시엔 관련 용어조차 없었던 ‘묻지마 살인’이었다.
‘여의도광장 차량질주 살인사건’ 피의자 김용제는 1991년 11월 29일 1심과 1992년 3월 20일 2심 선고공판에서 연이어 사형을 선고받았다. 1992년 8월 1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1997년 12월 30일 다른 사형수 22명과 함께 형이 집행됐다. 이때가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이었다.
‘여의도광장 차량질주 살인사건’은 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입어 사상자가 23명이나 된다. 게다가 인질극까지 벌였다. 이번 서울 시청역 사고의 경우 사상자는 13명인데 이 가운데 사망자가 9명이나 된다. 더 심각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사고 원인이다. 그렇지만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이 아니고, 고령 운전자지만 현직 버스 운전사로 운전 미숙도 아니라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런 극히 낮은 가능성까지도 경찰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