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속 스스로 멈추는 장면…목격자와 전문가들 ‘급발진 아니’라는 입장
사고 직후 운전자는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사고 차량은 제네시스 G80 차량이고 운전자는 68세 남성이며 조수석에는 부인인 60대 여성이 함께 타고 있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운전자 부인은 현장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만약 사고 원인이 급발진으로 밝혀진다면 최악의 급발진 사고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게다가 급발진 의심사고에 대한 여론의 분노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22년 12월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사망한 12살 고 이도현 군을 계기로 발의된 ‘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에 6월 14일 이도현 군 유족은 ‘도현이법’ 제정을 재차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6월 27일 5만 명 동의를 넘기며 청원 성립요건을 달성했다.
이도현 군 유족이 청원 글을 통해 밝힌 “제조사도 증명하지 못하는 결함 원인을 소비자에게 증명하라고 하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국가폭력”이라는 주장에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번 서울 시청역 사고까지 급발진이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 여론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도현이법’ 국회통과는 물론이고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거센 분노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사고의 사고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80이다. 이도현 군 사망 사고 차량의 제조사는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였는데 이번에는 현대차가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작성한 자료 ‘자동차 리콜센터 급발진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급발진 신고 건수는 총 201건이었다. 이 가운데 현대차 제작 차량이 47%(95건)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를 기아차(29건)가 이었다.
UPI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공 받은 ‘2010년~2023년 국내 급발진 의심사고 현황’ 자료에도 14년 동안 이뤄진 총 790건의 신고 접수 가운데 현대차가 43%(341건)를 기록했다. 2위는 역시 기아(137건)였다.
그렇다고 유독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급발진 의심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완성차 내수 판매량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그만큼 급발진 의심사고도 많은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도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제조사에서 결함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급발진 의심사고의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는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서울 시청역 사고의 원인이 급발진으로 드러날 경우 현대차는 상당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 현장 목격자들은 급발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 차량은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계속 가속이 돼 가드레일과 같은 도로 구조물 등에 고의로 부딪혀 마찰력으로 감속해야 겨우 차량이 멈춘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경우 제네시스 차량은 횡당보도 앞에 스스로 멈춰 섰다. 브레이크가 작동한 것으로 보여 급발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염건웅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며 “정지하는, 멈추는 그 영상 장면을 봤는데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고 당시 CCTV 영상 역시 제네시스 차량이 대형 교통사고를 낸 뒤 스스로 멈춰 섰고 이후 운전자와 동승자가 하차했다. 급발진 의심사고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 영상 등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을 사며 논란이 확산되곤 했다. 앞서 언급한 ‘12살 고 이도현 군의 사망 사고’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번 서울 시청역 사고의 경우 오히려 CCTV 영상이 급발진이 아니라는 의견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7월 2일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서울 시청역 사고’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1항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를 가해 차량 운전자에 적용해 입건했다. 면밀하게 사고 원인을 파악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현재까지는 피의자의 진술일 뿐이다.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저희들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다. 국과수가 차량을 감식할 것이다. 피의자가 주장하는 것까지 수사대상에 놓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