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털리고 이혼남 전락
여성들을 소개시켜주는 과정은 뻔뻔하고도 대담했다. 업자 박 씨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현지에서 피해자 윤 아무개 씨(55) 등 2명에게 일명 ‘초이스 맞선’을 마련해줬다. 현지 여성 중개자가 데려온 여성 20여 명 가운데 마음에 드는 여성을 옷 색깔로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었는데 문제는 이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래 현행법상 국제결혼중개업체는 맞선 전 상대방의 학력과 건강상태 등 신상정보를 서류로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업체에서 소개한 여성들 중 일부는 돈을 받고 참석한 아르바이트생까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업자 홍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국제결혼중개업 등록이 취소되자 지인의 명의로 변경하는 편법도 동원했다. 이후에도 홍 아무개 씨(46)는 피해자 김 아무개 씨(47) 등 5명에게 1인당 평균 1200만 원의 중개료를 받고선 신상정보 제공 없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여성과의 맞선을 주선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심지어 미성년자 여성을 소개한 업자도 있었다. 범죄경력 때문에 아내의 명의로 국제결혼중개업을 등록한 김 씨는 지난해 7월 피해자 강 아무개 씨(38)에게 17세 미성년 여성을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당초 설명으로는 아내가 전문대 출신이라 했는데 알고 보니 중학교 졸업밖에 하지 못했더라. 현장에서 통역이 얘기해주는 것만 전해 듣지 다른 정보는 전혀 알 수 없었다”며 “나이, 가족, 결혼 여부 정도만 말하고 맞선은 끝나는데 업체에서는 바로 결혼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까지는 성사됐으나 결국 파탄이 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개를 통한 국제결혼의 경우 일단 혼인신고부터 하고 나중에 배우자를 초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입국하지 않거나 입국 후 곧바로 가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것. 때문에 남성들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이고 졸지에 이혼남이 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그중 일부는 혼인 무효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함께 초이스식 맞선, 신상정보 미제공 등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불법·편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국제결혼을 빙자해 취업 등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 여성들에 대하여도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단속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