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정집에 콜센터…‘며느리도 몰랐다’
영업방식은 간단했다. 주기적으로 모텔 밀집 지역에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콜센터로 연락을 해온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형식이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운전기사와 2인 1조로 단속의 눈을 피해 움직였는데 장사는 꽤 잘 됐다. 하루 평균 10회 이상 성매매가 이뤄졌고 장사가 잘 되는 날에는 수백만 원씩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덕분에 5년 4개월 동안 박 씨 일가는 약 28억 8000만 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배를 불리는 쪽은 오직 박 씨 일가뿐이었다. 화대는 15만 원이었으나 성매매 여성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3만~4만 원에 불가했다. 15만 원 중 7만 원은 총책에게, 운전기사에게 2만 원, 각종 유류비와 야식비, 담배값 등도 모두 화대에서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들 대부분이 40대 이상으로 나이가 많아 불리한 조건에서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박 씨는 악덕업자로 이름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고발 한 번 당하지 않았다. 단속도 매번 피해나갔다. 그 비법은 ‘치밀한 대비’였다. 조직원 모두 제3자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했으며 영업내용도 매일 파기처분 하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는 데 주력했던 것. 여기엔 콜센터 직원 윤 아무개 씨(여·42)의 역할이 컸다.
윤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 가정집에 콜센터를 차려 운영했다. 주부였던 윤 씨는 가족들의 눈을 피해 빈방에서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영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윤 씨는 매일 총책인 박 씨에게 매출 실적을 보고하는 동시에 해당 내용들은 매일 파기 처분했다. 가히 정보조직의 비밀 첩보활동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작전’이었다.
운전기사들도 사위인 배 씨가 자신의 친구와 선후배에게 맡겼기에 그들로 인해 분란이 생기는 일은 없었다. 영업방식 또한 박 씨의 꼼수 중 하나였다. 운전기사와 성매매 여성이 2인 1조로 다닐 경우 경찰의 단속에 걸려도 대부분 그들까지만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잠복수사에 마침내 박 씨의 긴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출장 마사지를 가장해 성매매를 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로 총책인 박 씨와 사위, 전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자금관리를 담당했던 딸, 콜센터 직원 윤 씨, 성매매 여성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아파트 가정집에 성매매 콜센터가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출장 성매매조직의 경우 적발이 쉽지 않지만 이번엔 3개월가량 매복한 끝에 콜센터 위치를 적발해 우두머리까지 잡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현장에서 개별적인 성매매를 단속함과 동시에 기업형 성매매, 청소년 고용 성매매, 학교 주변 신·변종 업소 등을 기획 수사해 반드시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