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옷만 ‘40벌’ 장비 꾸러미 ‘4톤’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29명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스태프 23명이 함께 움직인다. 작은 사진은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공, 유니폼, 훈련복 등 장비를 총괄하는 차윤석 장비담당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옷과 장비
A매치나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대표팀이 소집되면 가장 바빠지는 이들이 바로 장비지원팀이다. 선수단의 해외 원정 출국 시간이 정해지면 가장 먼저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는 것도 장비 담당 직원들이다. 정확히 분류된 짐 꾸러미들을 출국장에서 미리 부쳐야 하기 때문에 항상 서둘러야 하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길 일이 엄청나게 많다.
옷가지 준비부터 만만치 않다. 의류가 전체 대표팀 원정용 장비의 80%를 차지한다는 게 대한축구협회 차윤석 장비담당관의 설명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태극전사들에게는 개인당 10벌 이상의 유니폼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대개 A매치 때는 전·후반 한 벌씩, 총 2벌이 지급되는데 간혹 경기 중 유니폼이 찢어지는 등의 사태에 대비해 보다 넉넉하게 3벌까지 준비할 때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시기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은 북반구의 초여름이지만 남반구는 가을이다. 브라질이 그렇다. 아침저녁으로 상당히 쌀쌀하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이야기다. 더욱이 브라질은 국토 면적이 굉장히 넓다. 동서남북으로 엄청나다.
따라서 지역별 기온차도 크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베이스캠프로 삼을 포스 도 이구아수의 경우, 6월 평균기온이 섭씨 17도 정도다. 하지만 러시아와 대회 조별리그(H조) 첫 경기(6월18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간)가 열릴 쿠이아바는 아마존 남부 도시로 섭씨 24도에 달한다. 조별리그 2차전인 알제리전(6월23일 오전 4시)은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진행되는데, 이곳은 평균기온 섭씨 19.7도다. 이구아수와 큰 차이가 없다.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6월27일 오전 5시) 장소인 상파울루는 섭씨 17.3도.
따라서 대표팀 장비지원팀은 동계용과 하계용 옷가지들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이 경험은 4년 전 남아공 대회 때도 거의 똑같이 해봤기에 큰 무리는 없다. 물론 옷가지는 유니폼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 점퍼와 언더웨어, 트레이닝복, 일상복까지 한꺼번에 마련해야 한다. 대략 30~40벌이 준비될 예정이다. 장비지원팀은 옷가지의 경우에도 선수들의 선호도에 맞춰 ‘맞춤형’ 복장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부 예민한 선수들이 변형된 옷가지를 희망하곤 한다.
옷가지 이외의 물품으로는 대개 훈련에 필요한 도구들이다. 바람을 넣지 않은 볼과 허들, 필드에 위치를 표기하는 마커와 고무밴드 등이 있지만 코칭스태프의 별도 주문에 따른 준비 용품도 있다. 홍명보호의 경우는 헤딩 연습기와 점프 스텝을 돕는 박스 등이 있다. 장비가 담긴 가방 수량은 50~70여 개이고, 총 무게는 3.5~4톤에 달한다.
# 약품부터 음식까지
의무 지원팀과 조리 지원팀의 역할도 상당히 크다. 의무팀은 대표팀 담당 주치의와 전문 트레이너들로 구성된다. 선수들이 훈련이나 실전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을 때 의무팀은 즉각적인 치료와 함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의 부상 종류나 부위는 포지션별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수비수는 주로 타박상이 많고, 미드필더들은 위치 선정에 따른 염좌가 잦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활동량이 많고 폭도 넓은 좌우 풀백들은 피로 골절이 많은 편이다. 골키퍼는 손과 어깨에 타박이나 골절을 당할 때가 종종 있고, 공격수는 몸싸움으로 인해 찢어지는 상처를 입는데 현지에서 약품을 수월하게 구하기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약품의 종류를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의료기구(장비)도 많다. 선수들의 붓기를 줄이도록 하는 ‘게임레디’라는 장비가 있는데, 이 기구는 말 그대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끔 하는 장비다. 특정 선수가 경기 중 타박상을 입었을 때 1차적으로 응급처치를 위해 얼음 테이핑을 한 뒤 이후 숙소에서 차가운 물을 계속 순환시켜 부상 부위의 냉찜질을 돕는 기구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용한 뒤 효능을 확인한 대표팀 의무팀은 이번 대회 때는 3개 정도를 가져가기로 했다. 여기에 브라질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 역시 올림픽에서 사용한 온열매트를 따로 구비해 챙겨간다. 약품부터 장비를 모두 포함하면 대략 500여 가지 품목이 된다는 게 황인우 의무팀장의 설명.
조리 지원팀은 선수들의 ‘의식주’ 가운데 ‘식’을 책임진다. 대표팀 구성원들의 총 숫자는 50여 명에 달하기에 2명의 조리장이 일행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대개 호텔 뷔페식으로 진행되는 조식 때도 국과 따뜻한 밥 정도는 마련한다. 점심과 저녁 때는 매 끼니 6개 기본 반찬을 준비해야 하고, 특히 저녁 식사 때는 전골 종류를 항상 마련한다. 국과 메인 요리 70여 가지에 300여 가지의 반찬을 브라질에서 내놓을 계획이다.
육류와 채소, 과일 등 기본적인 식자재는 대개 현지 한인마트에서 조달하지만 이번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차려질 이구아수 지역이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접경 도시라는 걸 감안해 파라과이의 한인 식당에서 구입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특선 메뉴로는 김치찌개와 맑은 생선탕, 어묵국은 물론 청국장과 된장찌개 등도 자주 마련된다.
조리도구는 과거에는 직접 한국에서 가져갈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지 호텔에서도 구할 수 있어 그나마 부담이 줄어들었다. 조리지원팀으로는 김형채 조리장 등 2명이 브라질로 향하는데, 김 조리장은 항상 선수단과 함께하고 원정경기에 맞춰 다른 한 명이 선발대로 먼저 이동하는 스케줄을 계획하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