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선 ‘손뼉’ 필름마켓선 ‘손짓’
‘감독 주간’ 섹션에 초청된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
영화제에서 소개된 한국영화는 대부분 후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는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웠다. 초청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소개된 작품은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선균·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 현지시간으로 19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상영 직후 나온 외신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영화제 공식 영화지인 <할리우드리포트>는 “서스펜스와 블랙 유머가 섞이면서 예측할 수 없는 영화가 완성됐다”고 호평했다.
이런 반응은 판매 논의로 이어졌다. <끝까지 간다>는 영화제 기간 함께 열린 칸 필름마켓에서 유럽과 미국 등으로부터 수출 제의를 받았다. 동시에 프랑스와 남미 지역 나라들과 리메이크 판권 판매 논의도 함께 진행했다. 영화의 완성도와 신선함이 인정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2006년 연출 데뷔작 <애정 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영화 <끝까지 간다>를 내놓은 김성훈 감독은 현지에서 만나는 해외 매체들로부터 ‘언제쯤 할리우드에 갈 계획이냐’는 질문도 자주 받았다. 영화의 완성도에 고무된 해외 언론들이 그의 할리우드 행을 이미 기정사실화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칸에서 만난 김성훈 감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나라 관객이나 똑같이 소통하는 것 같다”면서도 “사실 한국 관객만을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는데 프랑스에서 만나는 여러 나라 관객에게도 그 웃음이 전달되는 게 신기하다”고 밝혔다.
제6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출품된 <도희야>가 공식 상영 이후 외신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를 받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왼쪽부터 정주리 감독,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배두나 송새벽 김새론이 주연한 <도희야>는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 출품됐다. 앞서 2010년 영화 <시>로 각본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이끌어낸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현지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도희야>를 본 칸 국제영화제의 크리스티안 존 부집행위원장은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좋았다. 쉽지 않은 소재인데 뛰어난 연출력의 힘으로 잘 소화해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이었고 도희 역을 연기한 김새론은 앞으로 크게 주목받을 만한 배우”라고 평했다. 상영이 끝나고 쏟아진 뜨거운 반응에 배두나는 즉석에서 어깨를 흔들며 춤을 췄고 김새론은 감격해 눈물까지 쏟았다.
높은 관심은 수출로 이어졌다. <도희야>는 프랑스 배급사 에픽상테를 통해 9월 현지 개봉을 확정했다. 에픽상테 측은 <도희야>의 작품성에 주목하고 최소 60개 스크린 개봉을 약속했다.
<표적>의 주인공 김성령.
칸 국제영화제의 화려함은 레드카펫에서 시작되지만 그보다 더 치열한 곳도 있다. 세계 각국 영화 관계자가 몰려드는 칸 필름마켓이다. 한국영화도 전략적으로 나섰다. 수백 편의 영화가 판매를 진행한 가운데 특히 각광받는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해무> 그리고 흥행에 성공한 <인간중독> 등이다. 이들 영화는 이번 필름마켓에서 상당한 해외 판매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에서도 관심도 높다.
<인간중독>은 아시아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은 아시아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송승헌이 일본, 중국어권에서 인기 있는 한류스타란 점도 주효했지만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낸 아련한 로맨스가 더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하정우와 강동원이 주연한 <군도:민란의 시대>는 이번 마켓을 통해 미국 등 북미 지역과 프랑스, 독일에 판매됐다. 해외 마케팅을 담당한 쇼박스 측은 “북미의 웰고USA와 유럽의 메트로폴리탄 필름엑스포트는 탄탄한 배급력을 갖춘 곳들”이라며 흥행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영화를 수입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외화를 구입하려는 수입 관계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이상 10억 원 안팎이던 외화들의 수입가가 올해는 두세 배까지 상승했다. ‘사려는 사람’은 많고 ‘될 만한 영화’는 한정된 탓이다. 칸에서 만난 한 외화 수입 관계자는 “한국 수입자들끼리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서 결국 수입가만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