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성폭행범으로 확” 업소녀가 뒤통수
유흥업계를 대상으로 한 취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연예인이 없는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성 관련 범죄에 휘말리는 연예인은 상당히 많다. 경찰에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으로 고소·고발되는 사례가 1건이라면 경찰서까지 가기 전에 조용히 해결되는 사건은 족히 10건은 된다는 게 유흥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경찰까지 가지 않는 이런 사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 성관련 범죄가 친고죄이던 시절에는 허위 협박성 고소·고발도 많았다. 피해자가 취하만 해주면 사건이 종결됐던 터라 무작정 고소를 하고 이를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뒤 급해진 연예인이 거액의 합의금을 주면 소를 취하해주는 방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친고죄 폐지로 합의해도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허위 협박성 고소를 한 사람이 되레 무고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사법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지난해 불거진 한 연예인 협박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다. 강남 유흥업계에서 마당발로 불리는 한 룸살롱 업주의 이야기다.
“지난해 남자 배우 한 명이 된통 고생을 했다. 이 바닥 사람들과도 두루 인연이 깊은 연예인인데 하루는 지인 소개로 한 텐프로 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2차까지 나갔다고 한다. 분명 업소 측에 2차 가격을 모두 지불했다. 뭐 따지고 보면 2차를 나간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이를 성폭행으로 보긴 힘들다. 그런데 이 친구가 2차를 나가서 다소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했고 아가씨가 거기에 응한 모양이다. 기분 좋게 2차를 마쳤는데 며칠 뒤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상대방은 ‘원치 않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한 것은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나는 그게 맞는 주장인지 모르겠고 아마 그 연예인도 잘 몰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소하겠다는 얘기였고 결국 상당한 돈을 건넨 뒤 겨우 마무리한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그 연예인이 성범죄를 저지른 뒤 이를 겨우 해결한 게 아니라 고약한 아가씨한테 걸려 협박 사기를 당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만약 이런 일에 휘말려 업계에 소문이 나면 해당 접대여성도 유흥업계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누가 그런 여성과 2차를 나갈 것이며 또 어떤 업주가 그런 여성을 고용을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역삼동 소재의 한 룸살롱 마담도 상황이 만들어낸 협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이 바닥을 떠나려 하는데 깔아놓은 마이킹(대출 형태의 선지급금)이 많아서 이를 해결하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도박을 벌이는 경우다. 꼭 그런 상황이 아닐지라도 급전이 필요해서 그럴 수도 있다. 돈이 매우 급한 상황에 몰린 아가씨들 입장에선 협박하면 거기 응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을 봉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협박 사건이 연예계에는 넘쳐 난다고 한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은 시시비비를 떠나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어느 정도의 돈을 주고 사건을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위험한 상황은 원나잇스탠드와 같은 즉석만남이 흔하게 벌어지는 클럽 등에서 더욱 빈번하다. 실장급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한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남자 연예인이라면 클럽 같은 데 가서 여자를 꾀어 하룻밤 즐기는 것은 비교적 손쉬운 일이다. 아니 외모가 뒤처지는 개그맨들도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아무하고나 즐기려 하다간 자칫 큰코다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 클럽에 자주 가는 지인이 그가 안전하다고 찍어준 여성이나 단골 클럽의 웨이터가 소개해준 여성들 가운데서 파트너를 고른다. 그런 안전장치를 거쳤음에도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심지어 동행한 지인의 ‘아는 동생’이라 믿었음에도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터지면 대부분 매니저만 고생한다. 매니저들이 그런 여성을 만나서 달래고 돈을 줘서 일을 무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협박당했다는 사실을 먼저 경찰에 신고하는 것 역시 쉽지 않는 게 연예인의 현실이다. 몇 년 전 신종 마약류 복용 혐의로 홍역을 치른 한 연예인은 즉석만남을 가진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고소 협박을 받아서 경찰에 그 여성을 신고했다. 그런데 그 여성이 해당 연예인이 클럽에서 신종 마약류를 복용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 연예인은 결국 마약으로 사법처벌을 받았다. 게다가 협박죄로 신고당한 여성은 해당 연예인의 마약 복용 첩보를 경찰에 제공한 뒤 별다른 사법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