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 불씨는 여전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
그런데 광주의 선택은 예상을 빗나갔다. 투표장에 들어선 광주 시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 2번에 도장을 찍었다. “안철수가 광주를 우습게 본다”며 돌아섰던 광주 시민들이 대권주자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윤 후보는 57.9% 득표율로 31.8%를 얻은 강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윤 후보 승리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던 안 대표는 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윤 후보가 패배할 경우 전략공천을 밀어붙였던 안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치명상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번에 승리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위상과 당 내 입지를 재구축할 기회를 얻게 됐다.
안 대표는 광주의 중요성을 감안해 5월 17일 이후에만 세 차례나 방문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김한길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 역시 광주로 총출동해 지원사격을 펼쳤다. 광주를 내줬을 때의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를 안 대표나 당 지도부 모두 잘 알고 있었던 까닭에서였다.
그렇다고 안 대표가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또 ‘호남 대망론’을 꿈꾸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광주 시민이 안철수에게 산소 호흡기를 달아 준 것”이란 냉정한 평가까지 들린다. 또 광주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윤 후보의 개인기가 결정적이었다며 안 대표 역할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남·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며 ‘새정치민주연합=당선’ 공식이 깨진 것을 살펴봐도 이러한 기류가 읽힌다. 이 지역 36곳의 기초단체장 중 15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호남 민심이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도 견제를 선택한 셈이다. 또 안 대표에 대한 반감이 현지에선 여전하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전략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의 봉합 역시 안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당 안팎에선 안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다 무리수를 뒀다는 시선이 파다하다. 특히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안 대표 비토 기류는 더욱 강하다. 전남의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차라리 광주시장 선거에서 윤 후보가 지는 게 안 대표에게 나을 뻔했다”면서 “그러면 안 대표가 당장에 상처는 입겠지만 정치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윤 후보 승리로 안 대표는 자신에게 등을 돌렸던 전남 지역 정치인들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도권 책임론 역시 안 대표로선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6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력의 광주 집중으로 경기·인천 등지에 효과적 지원 못한 게 패인”이라며 사실상 안 대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수도권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또 다른 의원 역시 “당이 수도권은 기본만 해도 이길 것으로 자만한 것 같다. 애초에 공천을 잘 못 해놓고 광주 사수에 나섰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