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 ‘안철수 딜레마’, 안 - ‘친노 적자 전쟁’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결국 ‘서울대전’의 승자는 박원순이었다. 여야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 서울이 지닌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몽준 후보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막판까지 박 시장을 향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를 서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같은 거물을 맞아 서울 수성에 성공했다. 득표율도 13%포인트(p) 차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쾌거였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수도권 중 나머지 두 곳을 내준 것이 뼈아프지만, 수도 서울을 수성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재선 성공은 박원순 시장 개인으로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명실상부한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자리 잡았다. 박원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선거 직후 “스스로 내색은 안하지만, 본인도 이제 대선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대권에 있어서 서울 프리미엄은 강력하다. 이는 다른 지방 잠룡들과는 비교 대상이 안 되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이번 재선을 통해 야권 내 누구보다 강력한 대권주자로 거듭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안희정 지사는 친노진영 내에서 좌장 문재인 의원에 유일하게 비견되는 인사다. 문 의원이 중앙정치 무대에 있었다면, 안 지사는 이보다 조명을 덜 받는 지방정치 무대에 있었다. 얼핏 보면 대중의 관심도 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대목이다. 하지만 문 의원이 대선에서 떨어진 이후 당 장악에 실패하며 거듭 실기과 부침에 시달렸다. 이와 달리 안 지사는 지역에서 자신의 기반을 차근하게 다져가며 재선에 성공했다. 오히려 안 지사에게 득이 된 것이다. 이번 재선 성공으로 친노진영 내 안 지사의 위상은 하락세인 문 의원과 비교해 분명 상승했다.”
이렇듯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모두 이번 재선을 통해 대권으로 향하는 첫 번째 시험대를 거뜬히 넘은 셈이 됐다. 하지만 각기 안고 있는 한계는 여전하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특히 각 영역에서 중첩되는 중앙 잠룡들과의 경쟁 구도가 가장 큰 문제다. 박원순에겐 안철수라는 딜레마가 존재하고, 안희정에겐 앞서 언급했듯 문재인과의 ‘적자 전쟁’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분석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렇게 내다봤다.
박원순 시장(오른쪽)은 안철수 대표의 양보로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돼 ‘정치적 부채의식’을 지니고 있다. 최준필 기자
“박원순이란 정치인이 탄생하는 데 있어서 안철수의 양보는 절대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그 부분에 있어서 부채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만큼 박원순에게 있어서 안철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협조자이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안철수와는 표심에 있어서도 중첩되는 부동층을 공유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차기와 차차기에 관한 합의가 되겠지만, 분명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박원순으로서는 안철수 딜레마인 셈이다.”
안희정 지사 역시 문재인 의원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계파 내 교통정리 없인 안 지사도 문 의원을 뛰어넘기가 여의치 않다. 이는 야권 내 거대 계파 내 경쟁이다. 그 만큼 앞서의 단순한 인물 대 인물 구도라 할 수 있는 ‘박원순-안철수’의 경쟁구도보다 훨씬 복잡한 방정식에 놓여 있다.
친노 적자 전쟁의 시나리오는 그 만큼 다양하다. 첫째 ‘문재인 당권-안희정 대권’ 합의 가능성이다. 친노진영, 즉 구주류 입장에선 차기 당권 역시 중요한 문제다. 당권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권도 없다는 인식에서다. 만약 마땅한 카드가 없다면 문 의원 스스로 나와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이 같은 공식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정치컨설턴트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문 의원의 대권 의지 탓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친노진영과 가까운 김부겸이라는 당권 카드가 존재한다. 이는 이미 지난 전당대회 당시도 거론됐던 카드다. 김부겸 전 의원은 친노진영과 가까우면서 현재의 신주류진영도 아우를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이것이 성사되면 문 의원은 자연스레 대선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라면 앞서의 ‘문재인 당권-안희정 대권’ 카드는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지사는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친노 진영의 좌장 문재인 의원을 넘어서야 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빈소를 찾은 모습.
두 번째 시나리오는 대권 막판까지의 정면승부 가능성이다. 앞서 김 대표가 지적하듯 문 의원의 대권 의지, 그리고 ‘김부겸 당권 카드’ 변수를 고려한다면 대권 레이스 막판까지 두 사람이 정면으로 붙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앞서의 당직자는 “같은 진영이라도 두 사람은 ‘궤’를 달리하는 인사다. 한 사람은 오랜 기간 고향서부터 함께한 부산파(문재인)고 다른 한 사람은 정치활동 시절 연을 만든 서울파(안희정)”라며 “현재의 분열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같은 진영이라도 ‘간극’은 상당하다. 안 지사의 권력 의지가 충만하다면야 끝장구도로 갈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 번째 시나리오인 ‘차차기를 염두에 둔 안 지사의 양보’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실패에 따른 학습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다른 주자들이 50~60대인 것과 달리 유일한 40대인 안 지사의 젊은 나이도 고려 대상이다.
무엇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조직’이라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김대진 대표는 “대권의 전제 조건은 인물과 조직”이라며 “두 사람 모두 인물로서는 출중하지만 조직에 있어선 분명 경쟁구도에 있는 문재인과 안철수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이는 두 사람 모두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