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감동·퍼스트칸 ‘우린 장거리 기대주’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 경주에서 부경의 천지감동, 미라클원더와 서울의 절영마, 퍼스트칸, 베스트걸, 시티우스 등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가장 먼저 부경부터 살펴보자. 부경은 최근 주로가 가벼워 주파기록이 좋다. 우승마들의 기록만 보면 대상경주 우승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기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토요일만 해도 평소보다 약 2초 이상 빨라진 흐름을 보였다. 이렇게 기록이 비정상인 날은 체크를 꼭 해둬야 다음 분석 때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기록이 무려 3초 이상 차이가 나는데 왜 힘도 못써보고 질까? 간혹 일부 경마팬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하며 “경마는 사기다”라고 극단적인 비난도 하지만 빠른 기록이 나왔던 날을 잘 체크해두면 그런 의문은 절반은 해소된다. 마사회에서 발행하는 책자에도 ‘주로 빠르기’라는 형식으로 기록을 돕고 있다.
5월 30일 금요경마에선 9경주의 2번 천지감동이 눈에 띄었다. 이 마필은 이번에 폭발적인 경주력을 보였지만 장거리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마와 외조부가 스태미너형으로 장거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고 천지감동 또한 거리가 늘어날수록 더 좋은 걸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행으로 4회, 외곽선입으로 1회를 입상한 전적이 보여주듯 아직 따라가는 경주엔 익숙지 않고, 특히 후미에 처지거나 모래를 맞을 땐 투지가 꺾이는 게 단점이다. 다행인 것은 초반 스피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출전 때도 선행 가능 여부만 잘 분석한다면 베팅의 중심에 세울 수 있는 기대주로 보인다.
10경주에선 4번 미라클원더가 돋보였다. 1군에 진출한 이후 이렇다 할 특징적인 걸음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직전 경주에서 상당한 전력상승을 보였고 이번에 또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1군 강자들을 상대로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안쪽에서 따라가는 데 익숙지 못해 안쪽에 갇히는 편성이나 후미로 처지는 경주에선 신뢰할 수 없지만 선행이나 선두권에만 가세하는 흐름이라면 다음 경주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선 31일 6경주에 출전한 10번 절영마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 말은 모마 플레티넘와일드캣의 유명세 덕분에 데뷔전부터 인기를 모았지만 그동안 여러 번 실망을 줬다. 모계 형제마들이 폭발적인 도주력을 자랑했지만 이 말은 어찌된 일인지 몰아줘도 순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1승 3위1회로 성적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치엔 한참 못미쳤다. 그러다 4전째부터 순발력이 나아지더니 6전째인 이번 경주에서 초속과 가속력도 월등하게 좋아졌다. 선행에 나선 2번 개선장군을 외곽에서 나란히 뛰면서 강하게 압박한 뒤 무려 5마신이나 따돌렸다. 체구가 워낙 좋은 말이고 힘이 차기 시작한 만큼 다음 경주엔 더 나은 경주력이 기대된다.
6월 1일 일요경마에선 1경주의 11번 퍼스트칸이 관심마다. 13전1/2/0의 전적이 말해주듯 그동안 어느 정도 걸음이 나온 말로 평가됐다. 하지만 담당조교사의 말처럼 아직 힘이 덜 찬 마필이다. 520kg대의 당당한 체구를 갖고 있고 이제 막 힘이 차기 시작한 4세 초반이라 성장세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삼영 조교사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향후 장거리에서 더 큰 활약이 기대되는 재목”이다. 부마와 조부마가 모두 장거리까지 잘 뛰었고 모계 또한 외조부가 장거리에서 큰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말은 안쪽에서 뛸 때와 선행마들이 많은 빠른 편성에선 고전해왔다는 점이다.
5월 30일 부경 9경주에서 우승을 한 천지감동(점선 원).
7경주에선 1번 베스트걸이 돋보였다. 그동안 선행으로 세 번, 선입으로 두 번, 선입성 중간추입으로 한 번을 입상했는데, 선행을 나섰을 때 가장 뛰어난 경주력을 보였지만 페이스가 빠를 땐 종반에 덜미를 잡히곤 했다.
그렇지만 이번 경주에선 달랐다. 다른 때보다 조금 빠른 페이스로 전개됐고, 중간에 압박까지 받았지만 막판까지 좋은 걸음을 이어가 2위마를 멀찌감치(9마신) 따돌리고 여유승을 거뒀다. 3세가 되면서 힘이 차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음 경주에서도 선행이 가능한 편성이라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혈통적 거리 적성은 단거리에 가깝다. 부계와 모계 모두 단거리에서 주로 활약했으며 입상한 최장거리는 부계는 1700미터, 모계는 1800미터다.
스포츠조선배 대상경주로 열린 9경주에선 7번 시티우스가 눈길을 끌었다. 시티우스가 초반부터 좋은 자리를 선점한 이후 최적전개로 어부지리성 2위를 거뒀다고 혹평을 하는 이도 있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제사 걸음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그동안 시티우스는 520kg대의 마체중에 걸맞지 않게 기복을 보였고, 특히 빠른 경주편성에선 따라가기 급급해했다. 종반에 역전한 경우도 자력으로 이겼다기보다는 앞선이 무너져 얻은 결과로 보였다. 이번 경주를 앞두고 벌어진 직전경주에서도 외곽추입으로 우승하며 진일보한 경주력을 보였지만 대상경주 입상까지 노리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경주에선 초반부터 빠른 페이스로 따라붙었고 경주 내내 뒤처지지 않고 3위권을 고수했다. 이날 선행을 나섰던 인기1위의 필소굿이 참패를 거뒀을 만큼 초중반 페이스가 빠른 편이었지만 시티우스는 끈덕지게 따라갔고 중반 이후부터 종반까지 흐트러짐없이 똑같은 스피드로 달려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시티우스의 구간별 타임을 비교해봐도 잘 나타난다. 초반부터 종반까지 시속 54~56㎞ 속도로 꾸준히 달렸던 것이다. 단순히 어부지리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티우스는 장거리형인 리비어의 자마다. 리비어는 현역시절 1600~2300미터까지 입상했던(평균 우승거리 1986미터) 전형적인 스태미나형 경주마였다. 조부마인 댄싱브레이브(Dancing brave) 또한 장거리형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3세 챔피언, 마일러 챔피언에도 올랐던 명마지만 단거리엔 아예 출전한 적이 없다. 1600에서 2400미터까지의 중장거리 경주에 출전했고 모두 입상을 했다. 평균 우승거리는 1998m였다.
현재까지 스피드면에선 부족한 면이 있어 1군에 올라가면 강자들을 상대로 해선 적응기가 필요하겠지만 아직 2군이라 차기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