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이 13일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송영길 시장은 13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인천시장으로서 마지막 공식행사가 될지 모른다”며 ‘꿈을 비는 마음’을 읊었다.
송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문창극 총리 내정자에 대한 논란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는 “최근 문창극 내정자의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깊은 역사관의 혼란이나 친일잔재, 식민사관의 뿌리와 집요함, 지속성에 깜짝 놀랐다”며 “일본 국민들이 환영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일본 총리가 지명이 된 것인지, 대한민국 총리가 지명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남북분단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일본을 이겨낼 수가 없다’는 이영희 교수님 말씀이 귀전을 때렸다”고 말했다.
이성만 인천시의회 의장이 13일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송영길 시장은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송 시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화해협력의 기회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선거 패배에 대해 소회를 밝힌 뒤 “어차피 우리가 가야 되는 길이기 때문에 이런 시련이 우리를 단련시키고 못 보던 것을 보게 하고 진정한 힘을 다시 키워내 마침내 남북화해협력시대의 인천 번영을 추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식 행사는 송영길 시장을 비롯, 이성만 시의장, 이강일 6.15공동선언실천 인천본부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강일 6.15공동선언실천 인천본부 상임대표가 13일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다음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읊은 고 문익환 목사의 시 ‘꿈을 비는 마음’
개똥 같은 내일이야
꿈 아닌들 안 오리오마는
조개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진주 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그러니 벗들이여!
보름달이 뜨거든 정화수 한 대접 떠 놓고
진주 같은 꿈 한자리 점지해 줍시사고
천지신명께 빌지 않으려나!
벗들이여!
이런 꿈은 어떻겠오?
155마일 휴전선을
해뜨는 동해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어 보이는 산정에 다달아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이 제대로 돌아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그도 아니면
이런 꿈은 어떻겠오?
철들고 셈들었다는 것들은 다 죽고
동남동녀들만 남았다가
쌍쌍이 그 앞에 가서 화촉을 올리고
- 그렇지, 거기는 박달나무가 있어야지 -
그 박달나무 아래서 뜨겁게들 사랑하는 꿈,
그리고는 동해바다에서 치솟는 용이 품에 와서 안기는 태몽을 얻어
딸을 낳고
아침 햇살을 타고 날아오는
황금빛 수리에 덮치는 꿈을 꾸고
아들을 낳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그도 아니면
이런 꿈은 어떻겠소?
그 무덤 앞에서 샘이 솟아
서해 바다로 서해 바다로 흐르면서
휴전선 원시림이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펼쳐지고
한려수도를 건너뛰어 제주도까지 뻗는 꿈,
그리고 우리 모두
짐승이 되어 산과 들을 뛰노는 꿈,
새가 되어 신나게 하늘을 나는 꿈,
물고기가 되어 펄떡펄떡 뛰며 강과 바다를 누비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밝고 싱싱한 꿈 한자리
평화롭고 자유로운 꿈 한자리
부디 점지해 주사이다
꿈을 비는 마음 / 문익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