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의 산물인 안가는 김영삼 정권 출범 첫해인 1993년에 모두 철거됐다. YS가 본격적인 문민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궁정동 안가는 무궁화 공원으로 조성됐고, 산자락에 있던 청운동 안가는 철거된 채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삼청동 안가는 주요 기관장 공관으로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남겼다. 엄격히 말하면 모두 철거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 ‘삼청동 안가’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노무현 정부의 출범 장소였다. 2002년 12월 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정권 인수인계팀은 삼청동 안가에서 정권 출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수인계팀의 한 관계자는 “권위적이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강한 안가를 노 대통령이 체질적으로 싫어했지만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안가만큼 적당한 곳이 없어 그곳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현재도 삼청동 안가를 이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청와대 내에서도 독대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는 만큼 안가는 이용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상고 동문 출신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 접견실에서 만난 기억은 있어도 삼청동 안가를 이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안가가 공식적으로 철거된 이후인 YS와 DJ 정권에서도 안가를 대신할 만한 장소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쉐라톤 워커힐 호텔 빌라였다. 과거 3공 시절에는 이후락 전 중정부장이 자주 사용했다고 하는 이 빌라는 호텔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다가 보안이 잘 유지되는 비밀스런 장소여서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자주 이용해 왔다.
안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YS는 당선자 시절 정권 출범 작업을 이곳에서 할 정도로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YS는 야당 총재 시절 말술도 즐길 정도로 상당한 주량과 체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는 일부러 청교도적인 생활을 강조하기 위해 술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YS 정권 때에도 이따금씩 비밀 장소는 등장했는데, 이는 주로 연회나 모임 용도가 아니라 보안이 필요한 작업 장소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실명제 작업을 한 과천 정부청사 부근의 한 아파트였다. 당정 고위인사들은 롯데 신라 등 고급 호텔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J 역시 워커힐 호텔 빌라를 자주 이용했는데, 비밀 회동 장소로 사용하기보다는 휴식장소로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와의 비밀 회동 등을 이곳에서 은밀히 추진하기도 했다.
DJ는 안가에 대한 반감이 YS보다는 덜한 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 한때 안가 복원설도 나왔다.
DJ는 정권 출범 작업을 삼청동 안가에서 했다. YS 정권 때 내버려졌던 삼청동 안가는 DJ 정권 출범 때 방탄창을 설치하고 내부를 새롭게 정비하는 등 새 단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안가에서 DJ 정권과 인수인계작업을 한 것 역시 이 영향 탓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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