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신나는 학교 만들고 혁신학교 늘리겠다.”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인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자는 27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국 하위권이라는 저조한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학력이 튼튼해야한다”며 “창의력과 공감 능력을 높여 인천교육이 새로운 교육 경쟁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잡무를 줄여나가고 이를 통해 인천교육의 질과 학력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교조를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교육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다양한 의견으로 서로 소통하고 전교조나 교총, 그 어떤 교직단체와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인
-12년 만에 인천교육계의 수장이 바뀌었다. 앞으로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먼저 인천시민의 지지와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진보교육감 정책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기대의 목소리도 많다. 이제 인천교육은 통합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행정을 펼치겠다. 인천교육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시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겠다.
-인천은 지금까지 전국 하위권이라는 저조한 학력 수준을 보였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학력의 순위를 논하기에 앞서 학력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학력은 서열을 중시해 왔다. 이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아니다. 우리 교육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답을 잘 골라내는가에 역점을 두고 훈련을 시켜왔다. 이러한 것은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였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 기준이다. 우리 아이들에는 창의력과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먼저 기초학력이 튼튼해지도록 하겠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창의력과 공감 능력을 키워 인천교육이 새로운 교육 경쟁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차근차근 학력신장이 이루어지도록 관련된 부분을 준비하겠다. 또한 혁신학교를 통해 미래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을 지원하겠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중심이지 업무나 행정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것을 바꾸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학력신장 문제는 어렵지 않다.
-교육복지 확대와 공교육 혁신이 공약이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공교육 혁신은 혁신학교가 선두에서 이끌 것이다. 혁신학교는 한마디로 공교육 정상화다. 혁신학교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즐겁게 배운다는 것이다. 토론·협력식 수업,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학력도 높아 질 것이다. 연차적으로 10개씩 혁신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복지 확대는 우선 중학교 무상 급식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인수위에서 파악한 바로는 인천교육청 재정이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 올해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마저 후퇴했다. 재정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자사고 운영에 대한 생각은.
▲자사고 폐지 또는 유지가 핵심이 아니라 일반고 살리기가 핵심이다. 자율형 사립고가 난립하면 우수학생 독식으로 일반고가 살아날 수 없다. 이미 개교했거나 개교 예정인 두 개의 자사고에는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국제고나 외고, 과학고도 마찬가지다. 다만 추가 설립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고교 무상교육과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주문해야할 상황이다. 예산확보는 교육청 재정으로만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편적인 교육복지가 되려면 다른 예산을 절감하고 아껴 쓰면서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 올해만 해도 기존 사업과 경직성 경비 지출에 16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정부의 세입 감소로 중앙정부 교부금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비교적 큰 예산이 편성되는 ‘누리과정’ ‘돌봄교실’등 국가 정책 사업은 시교육청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인천시가 인천시교육청에 주기로 한 법정전입금도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의 자치 정책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기존 사업을 통폐합하는 것으로 재원 마련의 숨통을 열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예산이 아니라 재원을 마련하고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다. 이러한 교육복지 정책은 토목개발사업 같은 이권공약이 아니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를 위한 보편복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전국에서 인천과 대전만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곳이 있고 일부만 시행하는 곳이 있다. 무상급식은 단연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인
-보수 성향의 인천시장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인천시민들은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 시정 핵심에도 교육이 포함될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교육재정에 10% 편성을 약속했다. 힘 있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인천교육을 살리는데도 그 힘을 기꺼이 발휘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어느 한 편만 드는 시장이나 교육감이 아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데 함께 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수시로 만나 대화하겠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1심 판결을 받았다. 향후 전교조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감 이전에 전직 교사로서, 그리고 한사람의 시민으로서의 입장을 밝힌다면 1심 판결 결과가 매우 안타깝다. 해고된 교사 9명을 내치지 않고 조합원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6만 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노동조합이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시민들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1심 판결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교조를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교육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다. 다양한 의견으로 서로 소통하고 균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전교조나 교총, 어떤 교직단체와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겠다.
-인천교육청은 지난 10년간 특정대학, 특정지역의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이번 인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연·학연에 얽힌 인사는 위만 바라보는 편협한 교육행정을 낳는다. 따라서 청렴하고 전문적인 인사를 추진하겠다. 청렴한 인사는 간단하다. 윗물이 맑아지면 된다. 전문성 있는 직원이 누구인지는 윗사람이 알 수도 있지만 아랫사람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모아 전문성 있는 직원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두고 진보와 보수의 의견차가 크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역사교과서 논란의 시작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된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출범을 1948년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출발은 상해 임시정부라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역사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 이 밖에도 많은 오류가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국가가 통제하는 역사가 아니라 학문적 검증, 교육적 검증을 거치는 역사 교육이어야 한다. 검정 교과서 체제가 바람직하다.
-강화지역의 농산어촌기숙형학교가 지역 학생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숙형학교는 이명박 정부시절 고등학교 300프로젝트에서 출발했으며 도·농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배려계층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다. 지난 25일 기숙형공립학교인 강화여고를 다녀왔다. 타 지역에서 오는 우수한 학생은 많지 않았지만 상위권이 온다는 점에서 지역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 숫자는 앞으로 늘려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아이들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 기숙형공립학교로서의 지위와 역할이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유입하는 것은 바르지 않고 원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제도적으로 보완해 파행적인 운영을 막아야 한다. 심각한 것은 학교행정의 절반이상이 기숙사 운영에 투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교육감 당선인들이 부족한 교육재정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3~5세 누리과정, 초등 돌봄교실이다. 박 대통령의 정책은 맞는 정책으로 반드시 실행해야 된다. 문제는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교육청의 경우 중앙정부 2조1000억 원, 교육세 등 5000억 원, 수업료 등 자체수입 등을 포함해 총2조7000억 규모다. 이 가운데 경직성 경비 등 필요한 사업비를 제외하면 3500억 원밖에 남지 않는다. 이 중 누리과정, 돌봄교실 비용을 제외하면 1472억 원이 남는다. 이것으로 살림을 꾸리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부금 비율을 높여야 된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똑같은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어렵고 자치단체가 법정 전입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교육행정은 돌아가지 않는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