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프’하면 경영권 손 안에…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차를, 기아차가 정 회장과 함께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는 순환출자구조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
정 회장의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거의 없다. 대신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31.88%나 된다. 정 회장 지분율도 11.51%에 달한다. 현재 시가총액은 현대모비스가 약 27조 원, 현대글로비스가 약 10조 원이다.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16.88%의 가치는 4조 6000억여 원,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3조 2000억여 원이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내리고,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좀 더 오른다면 이 두 자산의 가치가 일치하게 되고, 주식맞교환(Swap)이 가능해진다. 규제대상인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명분도 있다. 특히 맞교환 방식은 주식을 매매하는 것과 비교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도 최태원 회장의 개인회사로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SK C&C가 상장 후 5년여 만에 명목상 그룹 지주사인 SK(주)와 비슷한 시가총액으로 급성장했다”며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언론을 통한 투자자활동(IR) 예산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와 합병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도 11.72%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 지분도 40%를 갖고 있다. 이들 지분 가치만도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외에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필요한 곳에 이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제철 등의 주요계열사 지분을 상속·증여 받으려면 상당한 현금이 필요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