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적시 헌법 위반 하나라도 있으면 파면 유력…여러 증언 엇갈려 사실관계 규명 필요 입장도
#속도전 택한 민주당, 버티는 윤석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표 8표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제출했다. 사건번호와 사건명은 ‘2024헌나8 대통령 탄핵’으로 정해졌다.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직무는 즉시 정지됐다. 윤 대통령이 훼손했다고 적시된 헌법 조항과 원칙은 이렇다.
“피소추자는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내란(우두머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범죄 행위를 통해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및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법치국가원칙,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권력분립의 원칙, 군인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헌법 제5조 제2항, 제7조 제2항),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헌법 제8조),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 국회의원의 표결권(헌법 제49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할 의무(헌법 제74조),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헌법 제77조 제5항), 헌법에 규정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과 절차(헌법 제77조, 제89조 제5호) 등 헌법 규정과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했다.”
크게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내란에 해당하는 국헌문란 행위’로 분류됐다. 첫 번째 탄핵소추안에 있었던 거부권 남용, 김건희 특검 거부에서 발생한 이해충돌 금지 원칙 위배 등은 제외됐다. 윤 대통령 측이 재판지연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어서다. 탄핵심판과 같은 사유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탄핵심판 절차가 정지될 수 있다. 야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는 형사재판과 관계없이 헌재가 자체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12월 16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을 구성하며 탄핵심판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원단은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는다. 위원장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맡았다. 소추위원은 박범계 이춘석 이성윤 박균택 김기표 박선원 이용우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이 선임됐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법률대리인단 명단도 발표됐다. 공동 대표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광범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특별검사 등이 맡았다. 실무 총괄은 김진한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이 선임됐다. 이 밖에 박혁 이원재 김남준 장순욱 권영빈 서상범 이금규 김정민 김선휴 김현권 성관정 전형호 황영민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이수 전 권한대행은 박근혜 탄핵심판에 참여했다. ‘탄핵 전문가’들이 집결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측근들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 변호인단 대표는 검사 선배인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최측근으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도 합류했다. 그러나 변호인단 구성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로펌들은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사건 수임을 꺼리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윤 대통령 변호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2022년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때 법무부와 검찰 대리인으로 나섰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심판정에 나와 공개변론 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시간을 끌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헌재는 접수통지·준비절차 회부결정서·준비절차기일 통지·출석요구서와 준비명령 관련 서류를 발송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가 보낸 서류 송달을 거부하고 있다. 헌재는 인편, 일일 특송 우편, 전자문서 시스템 등 여러 방식으로 탄핵심판 접수 통지 관련 문서를 전했지만, 문서 전달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료 송달이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측이 계속 문서 수령을 거부할 경우 헌재가 ‘유치송달’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유치송달은 송달받을 자가 수취를 거부하는 경우 송달 장소에 서류를 두면 효력이 발생하는 제도다.
탄핵심판이 지연되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생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는 2025년 4월 18일 종료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재판관 4명만 남는다.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인용되는 탄핵심판 요건 충족도 불가능해진다.
국민의힘은 국회 추천 재판관 3인의 추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진행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형사재판에 따른 탄핵심판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시간 지연 전략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기류가 주를 이룬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한 권력 공백이 길어지면 헌정질서의 불안정이 길어지게 된다는 게 헌재의 견해다. 헌정질서 안정을 위해 신속성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드러났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 탄핵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하루 전인 2017년 3월 10일 탄핵은 인용 결정이 났다. 91일 만에 결과가 나왔다.
박진영 경희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통상적인 재판이라면 형사 사건 결과를 지켜봤다가 1심 판결이 나오면 선고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 사안은 그냥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51조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한두 달 이렇게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박근혜 탄핵 때보다 조금 더 길어질 것 같다. 그러나 가능하면 4월 18일 이전에 선고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 가능성 높지만 사실관계 규명 필요
석동현 변호사는 12월 19일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내란 혐의도 부인했다. 야당이 특검법과 탄핵을 남발해 국정을 마비시켰고, 이 같은 ‘망국적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계엄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회의 결정에 따라 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에 헌법 절차를 어긴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이 만난 헌법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파면은 기정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헌법재판소 공보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계엄 선포 행위의 위헌성, 국회 점거 및 폐쇄의 위헌성, 내란죄 등이 핵심 쟁점이라고 짚었다. 노 변호사는 “탄핵은 시간문제”라고 점쳤다. 계엄군이 국회를 강제로 진입하는 장면이 생중계됐고, 위헌성을 입증할 만한 증언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이유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도 계엄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계엄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회의록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통보 의무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 교수는 “(절차 준수 없이) 계엄사령관을 임명하고, 포고문을 발표했다. 계엄군을 동원했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헌법을 유린한 거다.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교수는 “헌법이 정한 비상계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며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사태라고 누구도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헌법 제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및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면 계엄령 선포가 가능하다고 정했다.
박 교수는 거센 탄핵 찬성 여론도 헌재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12월 10~12일간 조사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 찬성 응답률은 75%에 달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찬성 응답률이 62%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여론재판은 아니지만, 여론에 전혀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모든 재판이 그렇지만 법리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 외에 헌법 현실이라는 게 있다. 규범해석만 가지고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정태호 경희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헌재는) 이런 정치적·사회적 압력이 큰 사건에 대해 여론과 (헌재의) 결론을 달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 측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발악하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동조하는 일부 지식인들이 있지만, 국내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윤 대통령은 버림받았다. 다시 정치 전면에 나오면 한국 신인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시도가 실패한 다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정 재판관의 처형 박영선 씨를 임명했다. 정 재판관은 박 위원장이 설립한 보수 단체 ‘물망초’에 장기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물망초에 전두환 씨 부부를 옹호하는 칼럼을 썼다. 5·16 군사정변을 5·16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현재가 6인 체제로 탄핵심판을 진행할 때 1명만 반대해도 윤 대통령은 파면을 모면할 수 있다.
신중론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수사나 헌재 변론심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사실관계들이 있다”고 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내란죄, 불법 체포 시도 등의 혐의는 ‘중대한 불법’임엔 분명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러 증언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은 내란죄의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정했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내란죄를 규정한 법 조항이 있는 나라는 드물다. 이승만 정부 때 있었던 친위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조항이다.
대통령실은 군 투입이 ‘국회 무력화’가 아닌 ‘경고 목적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장관 탄핵과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하는 야당에 경고할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엄군은 본회의를 막지 못했다. 국회 결의안에 따라 2시간 만에 국회에서 철수했다. 실질적인 국가권력 배제나 군경에 의한 폭동은 없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내란을 의도했다고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사실관계 규명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의 비상계엄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국헌문란 목적에 비상계엄이 활용됐다면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상희 교수는 군의 국회 진입은 ‘폭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드러난 사실이 명백해 ‘증거채택 여부를 다툴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란죄가 입증되면 최소 무기징역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정태호 교수는 “내란죄는 목적범이다.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미수에 그쳤다고 해서 (내란범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내란죄 성립 여부는 중요한 쟁점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헌법 위반 사안 중 하나만 입증돼도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