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떡’ 삼키다 체할라
한국전력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본사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 17일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결정한 부지매각 방식은 최고가 일반경쟁이다. ‘돈 싸움’이란 뜻이다. 이 땅의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 4837억 원, 장부가액은 2조 73억 원이지만 시세는 3조∼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한전 본사 부지에 신사옥,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한 곳에 모으는 복합 비즈니스센터 건립 구상을 하고 있다. 양재동 본사 사옥이 좁기 때문에 글로벌 5대 자동차업체의 위상에 어울리는 터전을 지으려는 생각이다.
삼성그룹은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이미 한전 본사 부지 근처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였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가 함께 한전 터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한전 부지 입찰은 이건희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부지와 함께 현재 GS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인터콘티낸탈호텔까지 인수해 숙박과 쇼핑 등 복합 유통단지로 개발하려한다는 관측이 많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나 삼성 모두 부지 인수비용에다 개발비용까지 합하면 최소 5조~6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야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의 여파가 예상되는 삼성전자, 원화강세의 후폭풍을 겪고 있는 현대차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투자규모다. 이번 입찰에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 미국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우 한전부지 인수여력이 있는 곳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정도인데, 복합 유통단지를 계획한다면 호텔신라의 사업영역에 해당돼 투자와 운영이 이원화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현대차의 경우에도 최근 글로벌 투자를 늘려가는 단계인데다 원화강세로 수익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부지매입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부지 입찰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1997년 기아차 인수전 이후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경쟁에서는 현대차가 승리, 기아차를 인수해 오늘의 자동차 전문그룹 기틀을 닦았다, 반면 삼성은 독자적으로 닛산과 제휴해 삼성자동차를 밀어붙였지만 실패, 결국 자동차 사업을 접고 대신 반도체와 휴대폰에 집중해 오늘날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삼성이 기아를 인수했다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