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때문에 못 살아
야생 공작새들이 유유히 떠돌아다니는 마을이 있어 화제다. LA 남서쪽의 팔로스 베르데스 반도에 위치한 롤링힐스에스테이트 주택단지에 가면 길가나 지붕 위 등 이곳저곳에서 공작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공작새와 함께 공존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00년 전부터 공작새와 함께 생활해 왔으며, LA 근교에서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만족해하고 있다. 심지어 아름다운 공작새가 앞마당에 노니는 모습에 반해서 이사를 온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공작새를 원수처럼 여기고 죽이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이유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개체수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십 마리에 불과했던 공작새의 개체수가 수백 마리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동차를 긁거나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똥으로 나무 아래 주차해 놓은 자동차나 길가가 온통 범벅이 되곤 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길을 막고 있는 공작새 때문에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일도 다반사요, 지붕을 망가뜨리는 일도 잦다. 또한 수십 마리가 한데 몰려 있으면 얼마나 시끄러운지 전화통화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일부 성질 급한 주민들 사이에선 반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화살을 쏘거나 사냥총 혹은 공기총으로 공작새를 죽이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독극물을 먹여 죽이기도 한다. 이렇게 목숨을 잃은 공작새는 지난 2년 동안 50마리에 달했으며, 지난 7개월 동안에만 20마리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작새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주민들은 “공작새가 싫으면 이 마을에 살아선 안 된다”며 분개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