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억새숲이 병풍… ‘지붕 없는 침실’ 색달라요
유흥가 골목이 많은 이태원의 공영 주차장은 ‘카섹스족’이 애용하는 장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김아무개 씨(30)는 여자친구와 아찔한 사랑을 가끔 즐긴다. 군대 시절 짧은 면회 시간을 활용해 휴게실 창고에서 짜릿한 순간을 보내고 나서부터다. 김 씨는 “군복바지 지퍼 단추만 풀고 허겁지겁 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여자친구가 분홍색 치마를 입고 왔는데 그만 흔적을 남기는 바람에 빠르게 수습하느라 혼났다. 그때 추억을 떠올리며 가끔 밖에서 즐길 장소를 물색하곤 한다”라고 전했다.
그런 김 씨가 최근 애용하는 장소는 바로 분당에 위치한 ‘율동공원’이다. 공원 규모가 워낙 큰 데다가 주차장 곳곳이 어둡다는 게 김 씨가 추천하는 이유다. 김 씨는 “분당 쪽에서 술 한 잔 마시고 집에 가긴 아쉬우니까 공원에 산책 겸 간다. 차를 끌고 가서 분위기 좋은 음악을 틀면 성공확률이 확 높아진다. 특히 인근에 저수지가 있는데 겨울에 눈이 올 때 가서 차 안에서 사랑을 즐기면 그 기분을 말로 표현 못 한다. 우리 말고 커플들이 상당히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커플들이 밖에서 사랑을 즐기는 장소는 점차 새로워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기존의 소문난 명소였던 한강둔치나 남산 등을 벗어나 좀 더 은밀하고 색다른 곳을 선호하는 셈이다. 최근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로는 율동공원뿐만 아니라 상암동에 위치한 하늘공원, 삼청동 감사원 인근 수풀 길, 그 뒷길로 이어진 와룡공원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율동공원, 하늘공원, 와룡공원 등은 야외섹스를 즐기는 커플들 사이에서는 ‘3대 공원 핫 스팟’으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해당 공원이 새로운 명소로 꼽히는 이유는 각각의 장점이 있어서다. 율동공원은 큰 규모가 꼽히는 반면, 와룡공원은 한양 옛 성곽 길로 둘러싼 으슥함과 낮은 접근성이 꼽힌다. 하늘공원의 경우에는 가을철 억새가 큰 키를 뻗을 때 곳곳의 장소가 ‘애정 거점’이 된다.
야외섹스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와룡공원, 경마공원 앞 공영주차장, 감사원 앞길 주차장.
지난해 가을 하늘공원을 여자친구와 찾았다는 최 아무개 씨(28)는 “억새 숲 사이로 들어가 키스를 하다가 분위기가 야릇해 가슴으로 손이 옮겨가고 말았다. 손이 밑까지 내려가긴 했는데 여자친구가 불안해 해 진도를 멈췄다. 그런데 하늘공원은 억새 숲 사이사이에도 길이 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함부로 진도를 나가다간 곧바로 걸릴 수 있다. 특히 하늘공원에는 출사를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 카메라에 쉽게 노출될 위험도 있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비하면 와룡공원은 ‘천혜의 요새’로 꼽히는 곳이다.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와룡공원은 밤이 되면 사람들의 인적이 뜸하기로 유명하다. 기자는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일 오후 10시경 와룡공원을 직접 찾았다. 감사원 뒷길로 2km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공원이다. 기자가 이동하는 중 사람들의 행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공원에 다다르자 조명이 없이 어둑한 분위기와는 대조되게 저 멀리 서울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자기야, 오늘 뭐 힘든 거 없었어?”
기자가 공원을 순찰할 무렵, 공원 한켠 구석 벤치에서 커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와의 거리는 약 10m 가량, 커플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하던 얘기를 멈췄다. 그만큼 사람의 행적이 뜸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 기자가 계속 주변을 서성거리자 커플은 이내 자리를 뜨고 말았다. 전언에 따르면 와룡공원은 곳곳에 커플들이 선호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커플들에게 색다른 안정감을 준다는 것도 와룡공원의 장점으로 꼽힌다.
남산 국립극장 뒷길, 과천 경마공원 등 ‘전통강호’도 여전히 건재하다. 남산 국립극장 뒷길은 가로등이 적어 주위가 어두운 것은 물론 밤이 되면 인적도 뜸해 카섹스 족들에게는 명소로 꼽혀왔다. 과천 경마공원은 ‘풀코스 데이트’의 대명사로 꼽힌다. 낮에는 서울대공원과 경마장에서 가볍게 즐기고, 밤에는 인적이 드문 경마공원 주차장에서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뜨겁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경마공원 인근 주차장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한참 입소문이 났을 때 주차장에서 들썩들썩 거리는 커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겨울에는 창문에 김이 서려 있으면 뭔가 수상해 차에 다가가곤 했다. 차가 떠나고 휴지 뭉치와 맥주 캔이 떨어져 있으면 백 프로다. 단속을 꾸준히 해서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대공원 쪽 주차장은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기자는 직접 지난 7일 오후 11시경 경마공원과 대공원 인근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 곳곳에는 선팅이 짙게 되어 있는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몇몇 자동차는 창문에 김이 서려 있었지만 커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 12시쯤이 넘어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한 구석에서 차에 타고 있는 커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커플에게 다가가 기자 신분을 밝히자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나중에 얘기하자”하고 자리를 피했다. 실제로 커플은 수시로 운전석에 바꿔 타며 도로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운전 연습이 끝난 뒤에 커플이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태원에 위치한 공영 주차장도 커플들의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유흥가 골목이 많은 이태원은 골목 곳곳에 공영 주차장이 ‘숨어’ 있기로 유명하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남녀 서로 간 전파가 흐르면 차를 주차해 놓은 으슥한 주차장으로 함께 걸어가 재빠르게 ‘합’을 맞추는 셈이다. 이태원의 밤거리가 워낙 시끌시끌하다는 점도 커플들에게 유용하다. 자동차에서 풍겨 나오는 주기적인 미동을 감출 수 있어서다.
특히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은 덕에 개방적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선 비단 남녀 커플뿐만 아니라 남남 커플들의 핫 플레이스도 존재한다. 이태원에 위치한 A 호텔 지하 찜질방 수면실에서는 심야시간대마다 서로 짝을 찾으려는 남성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수면실에서는 중저음의 신음소리가 은근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자가 잠시 잠을 청했지만 바로 옆에 누운 남자의 뜨거운 시선에 금방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이태원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 지역이 취객도 많고 외국인도 많지만 그렇게 특별하게 음란 행위가 일어나는 곳은 아니다”라며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야외섹스 사건·사고는? 버스서 지하철서… 진정한 ‘민폐 커플’ 지하철 4호선 객차 사이 공간에서 한 커플이 성행위를 하는 듯한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됐다. 게다가 초저녁 시간대에 주변 가게들의 간판 불이 켜 있고 사람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성행위 장면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거제 마티즈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동영상을 찍어서 유포한 상근예비역 이 아무개 씨(23)가 검거돼 처벌을 받는데 그쳤지만, 성행위를 한 두 사람의 신상정보가 털리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지난 1월에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성행위를 하는 남녀를 포착한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충격을 준 바 있다. ‘버스 민폐 남녀’라는 제목으로 확산된 동영상은 1분 정도의 분량으로 커튼이 쳐진 버스 안 좌석 위에서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남녀의 좌석 앞에는 노인이 앉아 잠을 자는 모습이 담겨 있어 “진정한 민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지난 4월에는 해외 토픽에서 소개될 법한 일이 국내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하철 4호선 객차 사이 공간에서 젊은 커플이 성행위를 하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은 “늦은 4호선 당고개행 칸 사이에서 저런 짓을, 여자가 저러고 싶을까요. 쪽팔린 건 아는지 아래 부분은 가디건으로 가리면서 하네요”라고 밝혔다. 사진의 진위 여부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바 있다. [환] |
야외섹스 때 주의점은 소리 내지마! 우리 사랑 들키잖아~ 심야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도 야외섹스 족들이 주로 애용하는 장소다. 최 아무개 씨(28)는 “심야영화 중에서도 사람들이 거의 안 보는 인기 없는 영화를 택한다. 우선 영화관에서 가볍게 입을 맞추며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끝까지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진짜 핫 플레이스는 따로 있다”라고 전했다. 그가 얘기하는 곳은 영화관 구석에 위치한 ‘비상계단.’ 애초에 심야영화를 보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더군다나 비상계단에는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 씨는 “주의할 점이 있다면 무릎담요를 충분히 준비해가는 게 좋다. 자칫하다가는 무릎에 멍이 드는 등 후유증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강남 타워팰리스 5층 지하주차장도 커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5층 지하주차장은 방문객 전용 주차장으로 새벽시간대에는 거의 인적이 드문 것으로 전해진다. CCTV도 드물어 타워팰리스에 지인만 있다면 얼마든지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월드컵 기간 때부터 유명한 ‘수원월드컵경기장’도 커플들에게는 성지로 꼽힌다. 여름이기에 워터파크에서 즐기는 커플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이색 야외섹스 장소는 다름 아닌 ‘거품스파’ 대욕장이다. 거품이 분수처럼 올라오는 상황에서 수영복을 살짝 걷어붙인 뒤 사랑을 나누면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전언에 따르면 경기도에 위치한 한 워터파크가 커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엘리베이터, 공항버스 안 등도 야외섹스 족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야외섹스를 즐기긴 위해선 가급적 물티슈를 챙길 것을 제안한다. 근처에 화장실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화장실이 없을 경우에는 응급수단으로라도 물티슈가 꼭 필요하다는 것. 특히 물티슈는 카섹스 족 사이에서도 필수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속옷에서 가운데 부분만 뚫려 있는 여성용 밑트임 팬티나 스타킹들도 카섹스 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