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황금시장 거대자본들 ‘넘버원’ 에스원에 도전장
거대기업들이 보안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 점유율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ADT캡스 건물(위)과 에스원 건물. 박은숙·최준필 기자
최근 보안업계에서는 ‘9월 전쟁설’이 나돌고 있다. 오는 9월이면 각 업체들의 영업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소문의 중심에는 ADT캡스가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에 인수된 ADT캡스가 8월까지 VIP의 재계약을 마무리짓고 내부 단속을 한 뒤 9월부터 대대적인 저가 공세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ADT캡스 측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그런 소문이 있느냐”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DT캡스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잘해온 만큼 앞으로도 계속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보안시장 1위 업체인 에스원 역시 ‘9월 전쟁설’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ADT캡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에스원 관계자는 “ADT캡스가 단기간에 에스원을 따라잡으려는 의욕이 보이고 있어 그런(9월 전쟁설) 소문이 돈 듯하다”며 “칼라일에 인수된 만큼 ADT캡스가 뭔가 성과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보안업계에 9월 전쟁설이 나돈 까닭은 업계 2위인 ADT캡스가 새 주인을 찾으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 삼성이 일본 SECOM(세콤)과 합작해 한국경비보장을 인수하면서 국내 보안시장과 그 경쟁이 형성됐다. 1996년 이 회사는 현재의 에스원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8년에는 KT가 KT텔레캅으로 보안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듬해인 1999년에는 미 보안솔루션업체 타이코가 캡스를 인수하면서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올 초에는 SK텔레콤이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인수, 보안업계에 뛰어들면서 보안시장은 그야말로 다자간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현재 국내 보안시장 점유율 1위는 에스원으로 5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건수로 따지느냐, 매출로 따지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에스원은 둘 다 2위인 ADT캡스를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에스원이 55~60%이고, ADT캡스가 20~25%, KT텔레캅이 10% 초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며 “군소업체들이 나머지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1, 2, 3위의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9월 전쟁설’이 나돌 정도로 조만간 이 같은 체제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ADT캡스가 칼라일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T텔레캅과 지난 2월 NSOK를 인수해 보안시장에 뛰어든 SK텔레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 다 통신회사의 장점을 활용해 보안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텔레콤은 머지않아 후속 매물을 사들여 보안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보안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까닭은 그만큼 보안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보안시장 성장세는 눈부시다. 2000년대 초 1조 원 규모로 추산되던 보안시장은 현재 그 규모가 4조~5조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보안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매년 약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흉악 범죄가 늘어나는 탓에 보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매출 1조 964억 원을 올린 에스원이 2013년에는 1조 274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1년 만에 약 16% 성장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4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2월 사업시설관리·지원업 생산은 건물·산업설비 청소 및 방제서비스와 기타 사업지원서비스업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업시설유지관리서비스업, 경비·경호 서비스업 및 보안시스템 서비스업 등의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전년 동월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돌입한 보안시장에 앞으로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태풍의 눈 ‘사물인터넷’ 애플 같은 새로운 적 나타난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미래 보안시장 지각변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을 꼽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하면 보안시장은 한꺼번에 개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업계 특성상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이라면 어디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현재 있는 경쟁사가 아니다”며 “애플이 휴대전화시장에 준 충격과 테슬라가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을 변화시킨 것처럼 보안시장에도 전혀 새로운 적이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데 그것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현재 보안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무인경비 시스템 등이 전혀 특유의 기술이 될 수 없다. 보안업체를 따로 두지 않아도 개인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 인터넷·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충분히 본인의 보안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안업체들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보안·경비 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의 보안 전문가는 “앞으로 어떤 기업이 어떤 형식으로 갑자기 사물인터넷 기술을 앞세워 보안업계에 진출할지 모른다”며 “현재 보안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