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세 경영 가속페달 글로비스 쾌속질주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올 들어서만 20% 상승, 그룹 내 자동차 관련주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임준선 기자)과 글로비스 자동차 경매장.
시장 상황을 읽기가 어려워지자 주식시장에서는 간판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관련주가 또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익 전망 부진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들이다.
삼성그룹주에서는 삼성물산도, 삼성생명도 아닌 삼성화재가 관심 대상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율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앞서지만 실제 회사 수익에 보탬이 되는 효과는 삼성화재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당분간 배당 확대 정책을 표방하지 않음으로써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당분간 저수익 자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화재 주주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삼성화재는 보유 중인 자사주와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맞바꿨다. 삼성물산은 향후 유력한 그룹 지주사다.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은 미래 시점 금산분리가 이뤄지면 현금화될 수 있다. 또 삼성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화재의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자사주 9%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에서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는 곳이 삼성화재인데, 계열사 주식과 자사주 현금화로 수익을 낸다면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월 22만 원까지 떨어졌던 삼성화재 주가는 최근 3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호텔신라를 제외하면 삼성그룹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단연 현대글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가장 많은 자산을 갖고 있어서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환율 탓에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지만 현대글로비스는 물동량만 확보되면 수익에 별 영향이 없다. 최근에는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까지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가운데서 총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라며 “결국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유망한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만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0% 이상 상승, 그룹 내 자동차 관련주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현대비앤지스틸을 제외하면 그룹 내에서도 두 번째로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SK에서는 실질적 지주회사인 SK C&C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 C&C 지분율은 높지만, 명목상 지주사인 SK㈜에 대한 지배력은 없다. SK㈜를 통해 정상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려면 최 회장의 SK C&C 지분 33.1%와 SK C&C의 SK㈜ 지분 31.8%를 맞교환(swap)하면 된다. 하지만 31%의 지분율로는 안정적인 지배가 어려울 수 있다. 최태원 회장도 다음 후계를 위해 일찌감치 지배력을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맞교환 때 SK㈜가 보유한 자사주 15.96%까지 가져오기 위해서는 SK C&C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올 들어 SK C&C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 현재 시가총액은 9조 6000억 원으로 SK㈜의 시가총액 8조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 회장의 SK C&C 지분가치는 3조 1776억 원, SK㈜의 SK C&C 지분가치와 자사주 가치는 3조 8718억 원이다. SK㈜의 기업가치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면 SK C&C 주가가 약 20%가량 더 올라야 이상적인 맞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익명의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에너지 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SK㈜의 주가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반면, SK C&C는 지배구조 재료에 배당 확대 재료까지 맞물려 투자 전망이 밝다”면서 “전문 투자자 입장에서는 SK㈜는 공매도(short), SK C&C는 매수(long)하는 포지션을 취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LG에서는 지주회사인 ㈜LG가 수혜주다. 그룹 후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부장이 유력하다. 하지만 구 부장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지분을 모두 넘겨받더라도 ㈜LG 지분율은 30%가 채 안 된다.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구본준 부회장과 아들인 구형모 LG전자 대리도 1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다. 구 대리가 그룹 후계자가 못 된다고 해도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분 확대가 필요하다. 대주주들의 지분 매입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LG는 지주사 체제다. 대주주들은 배당이 주수익원이다. LG전자의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확대는 결국 ㈜LG가 대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대주주들의 배당 소득에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배당 기대와 이익 개선 기대가 동시에 커진 종목으로 ㈜LG가 대표적”이라며 “최근 석 달 넘게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