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맨’ 딱 맞은 옷… 난 행복합니다”
지난 8월 3일 6회말에 3점 홈런을 친 조인성이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어제(8월 6일) 청주 삼성전에서 말 그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역전승의 시발점이 조인성 선수의 동점 홈런이었는데, 한화에선 드라마 같은 경기를 자주 펼친다.
“정말 좋았다. 삼성과의 청주 마지막 경기였는데, 아주 인상적인 마무리를 했다. 청주 팬들의 열정이 대전 팬들 못지 않더라. 그 응원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한화에서 좋은 일들이 연달아 생긴다. 동점 홈런이나 결승 홈런 등 타격에서도 훈훈한 성적을 내고 있다. 야구 생활하면서 이토록 좋았던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참고로 조인성의 프로 데뷔 무대도 1998년 4월 1일 청주 한화전이었다. 당시엔 상대팀 선수로, 이번엔 한화 선수로 청주 야구장을 찾았다. 17년이란 시간의 흐름이 청주에 있었다.)
―1998년 LG트윈스 입단 후 17년 째 야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동안 은퇴를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유니폼을 벗을 생각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일도 많았다.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었고, 질책도 받고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었다. 나 혼자 겪는 아픔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나로 인해 우리 가족들까지 고통스러워할 때는 은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투수가 잘 던져서,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면 포수가 리드를 못해서라고 비난받았다. 매 시즌마다 위기였고, 그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LG 트윈스에서 14년을, SK에서 2년 6개월을 보내고 한화로 왔다. 어느 시기가 가장 힘든 순간들이었나.
“아무래도 가장 오래 있었던 LG 시절이 제일 힘들었다. 당시 주장을 맡았고,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했었다. 2009년 8월 6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 투수였던 심수창과 말다툼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같이 2군으로 내려갔을 때가 최악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포수이자 선배로서 수창이에게 한 마디 했던 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는데, 서로 2군에 있으면서 인생 공부 많이 했다(웃음).”
당시 김재박 감독은 두 사람의 말다툼에 격노한 나머지 곧장 2군으로 내려보냈고, 당분간 절대 1군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김재박 감독이 그 해 물러나고 박종훈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조인성과 심수창은 1군에서 다시 배터리를 이루기도 했었다.
지난 8월 3일 이종범 코치가 조인성의 3점 홈런볼에 적은 격려 메시지.
“LG 입단 당시, 내 우상이었던 김동수 선배가 주전 포수를 맡고 있었다. 동수 형을 넘어서는 게 당시의 목표였다. 그때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행동했다. 만약 내가 동수 형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인생도 꽤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은 후배들이 나를 벽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매 게임 긴장을 한다. 후배들과의 긴장감 있는 경쟁이 재미있다. 그런 생각이 17년의 야구 인생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SK에는 포수 레전드인 박경완 현 SK 2군 감독이 존재했다.
“그런데 박경완 선배도 나이 먹으면서 주전에서 제외됐고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결국 아쉬운 은퇴를 했는데, 난 그 분을 보면서 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도 경완 선배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엔 그렇게 됐지만 말이다.”
―SK에선 포수 정상호, 이재원 등이 활약하며 주전 자리에서 일찌감치 제외됐었다. 그래서 트레이드 요청을 했던 건가.
“선수는 당연히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님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감독님은 내가 미워서가 아니고, 야구를 못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은 내가 팀에 마이너스 존재라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나를 다른 팀에 보내줘야 하는 것이다. 팀을 위해 벤치에만 앉혀두는 선수를 굳이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나도 내 살 길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트레이드 요청을 했었다.”
―그런데 당시 구단에선 조인성의 트레이드 요청은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었다.
“솔직히 구단의 태도를 보고 ‘멘붕’ 상태였다. 내 속마음과 다른 반응들이 기사화됐다. 며칠 동안 속앓이를 했지만, 결국 이렇게 한화로 오게 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레이드가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상당히 절박했던 마음이 읽혀진다.
“오죽했으면 트레이드되는 꿈도 꿨을까. 꿈에서 트레이드된 팀이 한화였다(웃음). 그런데 꿈은 반대라고 하는 얘기 때문에 절망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화로의 트레이드 발표는 나에게 엄청난 빅 뉴스였다.”
2014년 4월 초, 조인성의 트레이드 요구 기사가 나왔지만, SK는 서둘러 잘못된 기사라고 반박하며 조인성의 트레이드 요구는 사실 무근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조인성은 당시의 트레이드 요청은 사실이었고, 구단에선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내보인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 8월 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9회말 동점 솔로 홈런을 친 후 이종범 코치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의 팀 성적이 9위다.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특히 포수들과는 내 경험담을 들려주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나가도록 노력한다. 한화에 들어와 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편이다. 투수들도 좋은 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건 공격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창식에게 이런 얘길 했었다. ‘내가 다른 팀이었을 때 창식이 공은 상대하기가 쉬웠다. 왜 그런지 알아? 네가 공격적으로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투수가 공격적이지 못하면 타자가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한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를 보일 것이다.”
―포수 조인성의 최고의 파트너는 누구였나.
“(박)찬호 형이었다. 찬호 형과는 방콕아시안게임 때부터 전담 포수를 맡았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라 경기 운영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찬호 형이 1년 만 더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했더라면 대표팀이 아닌 프로팀에서 형의 공을 받아볼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
―도루 저지율이 높은 반면에, 실제 도루에 성공한 것은 17년의 야구인생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난 내가 홈런을 치는 것보다 도루를 저지했을 때가 더 기분 좋았다. 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도루 저지율이 우선 순위에 있지 않나. SK 시절 감독님이 ‘앉아쏴’를 싫어하셔서 나의 주무기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한화에선 팬들이 좋아하는 ‘앉아쏴’로 도루를 저지하는 모습도 종종 보일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도루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기억에 남는 도루가 없기 때문이다.”
―조인성에게 박경완, 진갑용이란?
“포수 박경완은 수비에선 ‘넘사벽’이었다. SK 시절 같은 팀에 있으면서도 팀 동료라고 생각하기보단 라이벌로 정하고 그분을 넘어서고 싶어 했었다. 포수 진갑용은 대학 때부터 라이벌을 형성했다. 내가 연세대, 갑용 형이 고려대라 연고전을 할 때마다 목숨 걸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두 선배들에 비해 난 부족한 점이 많은 포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채워가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인성에게 야구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지금’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는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한다. 결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승부의 세계에서 이런 행복을 더욱 오랫동안 느끼려면 자신이 야구를 잘하는 일밖에 없다는 단순한 대답도 내놓는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보이며 야구인생의 희로애락을 풀어낸 그를 보며 기자도 행복했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 아니라 ‘인생은 조인성처럼’이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배우 조인성에게 한마디 “한화팬 인성아! 시구 약속 잊지마” 야구선수 조인성은 배우 조인성이 한화 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그는 배우 조인성과 오래 전부터 친분을 맺어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확히 언제부터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인성이랑 몇 차례 만나 식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운 형 동생 사이가 되었다. 내가 LG에 있을 당시 잠실 경기에서 시구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인성이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자신은 한화 팬이라 LG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한화로 옮기며 다시 시구 얘기를 꺼냈었다. 한화전에 시구자로 나오면 내가 인성이의 공을 받고 싶다고 했다. 흔쾌히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구단에 정식으로 얘기해보진 않았다.” 그때 옆에서 조인성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한화 홍보팀 관계자가 반색하며 조인성에게 “진짜야? 조인성 씨가 시구해준대?”라고 물었다. 조인성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홍보팀 관계자는 “와, 진짜 멋진 아이디어인데? 배우 조인성이 시구하고 포수 조인성이 그 공을 받는다? 정말 명장면이 될 수 있겠네”라며 적극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래서 기자가 조인성에게 시구와 관련해 배우 조인성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자, 야구선수 조인성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인성아! 형이 한화로 왔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팀이잖아. 앞으로 너랑 한화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 시구 약속한 거 잊지 않았지? 꼭 지켜줘야 해. 한화의 소녀 팬들에게 나도 네 덕 좀 보자. 연락 기다린다. 알았지?” 한편 연예인들 중에는 조인성 외에도 차태현, 송중기 등이 한화 골수팬으로 알려져 있다. [영] |